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직장인의 멘토'로 산 '구본형..16일 발인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나는 내 마지막 날을 매우 유쾌하게 상상한다.나는 그날이 축제이기를 바란다. 가장 유쾌하고 가장 시적이고 가장 많은 음악이 흐르고 내일을 위한 아무 걱정도 없는 축제를 떠올린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은 단명한 것들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 그럴 것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다 피워내는 몰입, 그리고 이내 사라지는 안타까움, 삶의 일회성이야말로 우리를 빛나게 한다. 언젠가 나는 내 명함에 '변화경영의 시인' 이라고 적어두려고 한다. 언제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 이름은 내 묘비명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내 삶이 무수한 공명과 울림을 가진 한 편의 시이기를 바란다."
"어려운 때는 사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투쟁이 됩니다. 어둠이 자신을 빛내게 하세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대표가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구 대표는 생의 마지막까지 '직장인의 친구'로서의 자세를 놓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 그렇게 구 대표는 봄날 벚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유쾌한 축제'를 벌이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직장인의 멘토'이자 '친구'인 구 대표가 13일 폐암으로 별세하자 독자는 물론 직장인, 출판계 인사들이 비탄에 빠졌다.
특히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스승'을 잃은 충격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슬픔을 감추지 못 했다. 연구원들도 최근에야 그가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더욱 안타까워 했다. 14일 연구원들과 함께 빈소를 지킨 고세주 김영사 주간은 "얼마전 직장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삶을 다하는 시간까지 삶의 지평을 넓혀준 시대의 스승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며 "힘든 투병시간에도 독자들과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은 저자의 자세는 모두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쉬워하라/어제와 다를 것 없이 보내 버린 어제와 같은 오늘이/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을/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하라." 구대표의 저술 '익숙한 것과의 결별'(1998년)의 한 구절이다.
구 대표는 평소 탁월한 친화력, 소탈한 성품으로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 독자중에는 그의 저술에서 힘을 얻어 용기와 희망를 되찾았다는 이가 허다하다. 구 대표는 지난해 말 갑상선 암 수술을 받고 한 때 건강을 되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병중인 지난 1월에는 '끝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모험을 즐기라'는 메시지가 담긴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펴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최근 한달전까지 고 주간과는 새 출판 기획을 논의하는 등 병마와 싸우면서도 저술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박은주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유쾌하고 따뜻한 열정을 지녀 누구라도 벗이 되길 원할 정도로 인간미가 넘치는 친구같은 저자였다. 우리는 너무도 귀중한 벗이며 우리 시대의 멘토를 잃었다. 모든 출판인들과 함께 애도한다"며 슬퍼했다.
지난 98년 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 이후 우리 사회가 실업, 실직의 고통에 시달리던 시절, 그의 저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직장인에게 처음으로 건네진 위로며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변화'를 일상의 원리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해 수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또한 출판계에 자기계발서라는 새로운 출판 장르를 열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여전히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대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후 2000년, '변화경영연구소'를 열고 저술과 강연, 연구를 계속해 왔다. 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동안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등 20여권을 집필했다.
구 대표는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한 '변화경영'이라는 통섭적 개념으로 직장인의 자아경영, 기업체의 변화 경영을 주창해왔다. 특히 구 대표는 독자와 직장인과의 소통에 열중한 저술가다. 그의 특강 프로그램과 강연은 항상 초만원을 이룰만큼 인기가 높았다. 별세 소식을 접한 직장인들은 "우리를 친구로 대해준 유일한 스승으로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은데..."라며 가슴 아파했다. 인터넷에는 그를 추모하는 네티즌들도 줄을 잇고 있다.
한편 유족은 부인 조윤희씨와 딸 해린(의사)ㆍ해언(LG전자 사원)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실. 발인은 16일 오전 9시. 장지는 절두산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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