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점유율 83%, 무조건 기뻐해야하나
[홍동희의 엔터톡톡]지금 관객들에게는 낮선 제도인 '스크린쿼터제'가 영화판에는 존재했다(사실 지금도 존재한다). 외국 영화 수입을 규제함으로써 자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대한민국은 196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스크린쿼터제'가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스크린쿼터 제도 폐지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스크린쿼터 축소를 단행했다. 그 결과 극장이 1년 동안 한국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하는 의무 상영일수는 146일에서 73일로 대폭 줄어들었다.
영화인들은 당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영화가 다 죽는다며 거리로 뛰쳐나와 저항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7년이 지난 지금 한국영화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반대로 외국영화에 스크린쿼터제를 도입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월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82.9%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년 전에 비해 관객 수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전년도 대비 2월 한 달 간 극장을 찾은 관객수도 무려 67.03%가 늘었다. 지난 2월 영화관을 찾은 총관객수는 2182만4393명에 달한다.
1천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과 700백만 관객을 돌파한 '베를린'의 힘이 컸다. 흥행 상위 10편 중 7편이 한국영화다. 여기에 최근 '신세계'의 돌풍이 심상치 않아 3월 한국영화 점유율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영화인들의 예상은 다행히도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한미 FTA 시행 이후에도 통계에서 보듯이 한국영화 점유율과 관객수는 오히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67편에 불과하던 연간 한국영화 개봉편수는, 스크린쿼터제 축소 이후인 2009년 119편으로 늘었고, 2011년 151편, 지난해에도 150편을 넘겼다.
스크린쿼터 의무상영일 축소 이후 한국영화 제작이 더욱 활발해졌다는 이야기다. 한국영화를 관람한 월별 관객수는 지난해부터 8개월 연속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한국영화 점유율 우위를 지켜냈다.
이 정도면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영화들도 한국에선 흥행은커녕 체면 지키기도 힘든 상황이다.
'다이하드:굿데이 투 다이'는 겨우 140만명을 넘기며 체면을 지켰을 뿐 2월 개봉작 중 할리우드 영화가 전국 관객 50만명을 넘은 사례가 없다.
심지어 톰 크루즈, 아놀드 슈왈제네거 등 할리우드 대표 스타들과 앤디&라나 워쇼스키, 로버트 제메키스 등 세계적 감독까지 줄줄이 내한했지만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이제 관객들은 제작비 규모로만 영화를 평가하지 않는다. 또한 메이드 인 할리우드라고 해서 맹신하지 않는다. 대신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 연출력 등 다양한 영화적 요소들을 선택 시 고려한다.
필자는 80%대가 넘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오히려 걱정이다.
2~3편의 한국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70% 이상을 점령하고 있는 요즘, 관객은 국산, 외산을 떠나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봉한지 3일도 안된 따끈따끈한 신작은 새벽 1시 타임에나 볼 수 있고, 또 어떤 신작은 집에서 250km나 떨어져 있는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지 자국영화니까 '무조건 보호해줘'야 하는 시기는 철이 지난 듯하다.
이제 국적을 떠나 잘 만든 영화, 착한 영화, 영화사에 길이 남을만한 영화들을 관객이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극장에서 배려해줄 수 있는 장치들을 영화인들이나 정부가 나서 고려해야 할 타임이 아닌가 싶다. 3~4편의 한국영화 만으로 점유율 80%를 넘겼다는 뉴스가 기쁘기만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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