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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텍 비상구 문 여니 사방 막힌 식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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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에 위치한 모 콜라텍 실내 모습. 콜라텍은 비상구가 한곳뿐이거나 부대시설로 화재에 취약한 흡연실, 식당을 갖춘 곳이 많아 화재 발생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 영등포에 위치한 모 콜라텍 실내 모습. 콜라텍은 비상구가 한곳뿐이거나 부대시설로 화재에 취약한 흡연실, 식당을 갖춘 곳이 많아 화재 발생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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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브라질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35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가 발생한지 일주일 째다. 국내에서도 이 사고와 관련해 나이트클럽 등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화재 예방 안전점검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장년층들이 즐겨 찾는 콜라텍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 28일 서울 청량리동에 있는 건물 지하 2층 콜라텍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내부와 음향 기기 등이 불에 타는 등 6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겨울철이라 틀어놓은 전열기기로 인한 화재였다.
1일 서울 영등포, 구로, 종로 일대의 성인 콜라텍 7곳을 돌아본 결과 비상구가 잠겨 있거나 소방 안전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었다. 콜라텍은 입장료 1000원만 내면 입장할 수 있는 중·장년층의 즐길거리지만 주로 노후한 상점가나 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영세 업체가 많다. 게다가 젊은이보다 상대적으로 민첩성이 떨어지는 중 장년이 모이는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비상구'에 있다. 대부분의 콜라텍은 시설 내에 호프집, 매점과 바로 연결되는 문이 있다. 주류 판매가 금지돼 있는 콜라텍에서 술을 팔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다. 다수의 콜라텍이 비상구를 열고 나가면 다른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단 대신 호프집이나 식당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비상구를 아예 걸어 잠그거나 비상구쪽 공간을 탈의실 등 다른 용도로 쓰고 있는 곳도 있다.

종로의 G콜라텍은 60~70대 노년층이 주 고객이다. 과거 나이트클럽이었던 이 곳은 한 층을 모두 콜라텍으로 쓰고 있는데 제대로 천정마감을 하지 않아 배관, 배선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엘리베이터와 출입구가 바짝 붙어 있는데다 한 곳뿐인 비상구는 흡연실, 식당과 연결돼 있었다. 화재 발생시 탈출 경로인 비상구를 흡연구역, 식당 등이 '틀어 막고' 있는 것이다.
영등포 L콜라텍은 지하에서 올라올 수 있는 곳이 입구 한 곳 뿐이다. 홀 안쪽에 부탄 가스를 쓰는 간이 레인지를 테이블마다 올린 식당과 함께 흡연실이 설치돼 있었다. Y콜라텍은 아예 비상구 문을 잠궈 버렸다. 비상구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문을 나가니 비상 탈출용 계단 대신 탈의실이 나왔다. D콜라텍, K콜라텍 등도 사정이 비슷했다. K 콜라텍은 비상구 문을 열자 사방이 막힌 식당이 버젓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방문한 콜라텍들은 피크타임인 오후 2~4시 사이에 평균 100여명의 손님이 입장해 있었다. 플로어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 1~2m이상 공간적 여유가 있어 북적이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화재 발생시 한곳뿐인 비상구로 사람이 몰린다면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비상구를 시건해 놓거나 물건을 쌓아서 막는 등의 불법 행위를 할 시에는 과태료를 최초 적발시 50만원, 3번 적발시 차등적용으로 200만원을 물게 된다. 입장료 1000원을 받는 영세 규모의 콜라텍 업주로서는 부담이 가는 대목이다.

남편과 함께 구로구의 모 콜라텍을 찾은 채순영(54)씨는 "이곳에선 술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화재가 나도 침착하게 대처할 자신이 있다"며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나 술취한 분들은 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김영종(75) 할아버지는 "지하층에 있는 무도장이나 콜라텍에 가다 보면 불나면 '꼼짝마라' 하고 당하겠구나 생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의 최태영 계장은 "요즘 회의 때마다 브라질 나이트클럽 얘기가 언급된다"며 "이번달 중순까지 클럽, 콜라텍 등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계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비상구 점검의 날'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업주 스스로 점검을 할 수 있도록 정례화 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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