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힐, 미니스커트가 춤추는 평양 공연장'..주체미학이 바뀌나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북한의 주체 미학이 달라질 것인가 ?" 북한 문화 예술이 올 상ㆍ하반기로 나뉘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상반기 '김정일 신격화'에 집중했다면 하반기는 '모란봉 악단'의 출현 이후 외부 문화 수용 등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상반기의 특징은 지난 2월 북한 평안남도 증산군 석다산 천연 바위에 새겨진 길이 120m 규모의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 장군'이라는 글귀가 등장하면서 북한 문화 예술활동이 크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이를 신호탄으로 북한의 문화예술 역량을 '김정일 신격화'에 대거 투입된다. 만수대 창작사에 기마 동상 건립, '금수산 기념궁전'을 '금수산 태양궁전'으로 개명, 기록 영화 제작, 광명성절 음악회 '태양을 따르는 마음' 공연 등 각종 김정일 기념 제작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 시기 문화예술의 미학적 관점은 예전과 전혀 특이한 것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7월 출현한 북한 모란봉악단은 남한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니스커트에 킬힐을 신은 채 기타를 둘러멘 여성 7인조 밴드의 모습은 기존과는 전혀 판이했다. 의상 뿐만 아라 레퍼토리도 파격적이었다.
이에 김정은과 함께 나타난 북한판 '소녀시대' 모란봉악단의 '특급 이벤트'는 북한 문화 예술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김정은 체제의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복잡해졌다.
모란봉 악단은 여성들만의 소형 밴드다. 악기 편성은 전자악기로 돼 있으며 7명의 보컬로 이뤄져 있다. 당시 모란봉 악단은 영화 '록키'의 주제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 등 미국 대중음악 레퍼토리를 평양의 심장부인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공연했다. 두시간 공연 동안 연주와 노래를 배합하고, 독주와 중주, 독창과 중창을 번갈아가며 빠른 속도로 무대를 진행했다.
서방은 즉각 이 공연을 '개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다른 편에서는 미국과 관계 개선을 바라는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하는가 하면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 개인 취향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대체로 김정은 통치 스타일이 은둔자 형의 김정일보다는 개방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김정은 체제의 문화정책을 명시한 문건이나 표현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초 신년사에서 "문학 예술 부문에서는 창작도 편성도 형상도 우리 식으로 할데 대한 당의 문예방침을 철저히 관철하며 모든 면에서 손색이 없는 명작들을 더 많이 내놓아야 한다. 대고조의 벅찬 현실에 발을 붙인 생동하고 통속적인 군중예술활동을 활발히 벌리며 청년들과 인민들이 풍부한 문화정서생활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더 잘 갖추어 주어야한다"고 제시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을 보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최근 총 길이 560m의 '선군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글귀가 양강도 혜산시 일원에 등장한 것이다. 즉 김정일 바위 글씨가 신격화의 시발점 였듯이 김정일 바위 글귀 등장→김정일 신격화 작업→모란봉 악단 출현→김정은 바위 글귀 등장→김정은 신격화(?)로 이어질 지 여부다. 김정은 바위 글귀 등장 이후 모란봉 악단 등으로 표현되는 변화들도 어떤 식으로 주체미학안에 반영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관심거리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김정일 신격화와 관련된 문화예술 활동이 극히 줄어든데다 하반기에는 7월 모란봉 공연,10월 춘향전' 공연 정도가 눈에 띨 뿐이다.이에 모란봉 출현 이후 지금까지는 북한 문화예술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시기로 받아들여진다. 북한 주체 미학은 " 문화 예술이 당과 수령에 복무해야한다"는 주체주의 핵심 이론에 따라 '선군' 및 '강성 대국 건설', '인민과 수령의 일체화' 등을 추구한다. 따라서 김정은 신격화 및 표현 기법, 역량 투입 정도에 따라 변화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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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북한문화예술이 확고히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정식화된 이론이나 노선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주체 예술', '선군문학예술'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러 부분에서 분명한 변화가 있고, 이에 따라 이론적 정리가 새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김정일 신격화 작업 이후 김정은 신격화가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할만 하다. 이에 맞게 우리의 남북 문화교류협력사업에 대한 방향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은 외국 작품 공연, 중국식 표현기법, 대형 요술공연 등의 상품화 등으로 개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외부 문화의 본격적인 수용으로 이어질 지는 좀더 지켜볼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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