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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잎보다 배추 비싸다" 호들갑…배추는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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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잎보다 배추 비싸다" 호들갑…배추는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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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구 월 1000원 지출때
농축수산물 소비는 77원 뿐
공업제품 317원 서비스 556원
일시적 급등에 착시현상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배추파동 조짐…김치 담그기 무섭다", "상추값 급등…돼지고기의 4배".
농산물 값이 조금이라도 뛸라치면 호들갑이 벌어진다. 물론 기름값ㆍ전기료ㆍ전셋값 등 다른 품목의 물가도 거론되지만, 노출 횟수만 놓고 보면 농산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예전부터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보도되면 마치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이런 인식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농산물은 물가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 걸까. 물가의 오름폭과 내림폭을 수치로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들여다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가계 월 지출 1000원 중 농산물 소비 43원에 불과 =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조사대상 품목은 481개나 된다. 도시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만분의 1 이상인 품목들이다. 여기에는 배추ㆍ돼지고기 등 농축수산물 71개 품목과 휘발유ㆍ전기료 등 공업제품 252개 품목, 또 학원비와 전ㆍ월세 등 서비스 154개 품목이 포함돼 있다.
이들 품목에는 가중치라는 수치가 각각 따라 붙는데, 이 수치는 1000분비로 나타내진다. 예를 들어 A 품목의 가중치가 30이라는 것은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총액을 1000원이라고 가정할 때 A품목에 한달동안 지출하는 금액이 30원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가중치는 각 품목별로 가구에서 소비되는 비중을 의미한다.

이 가중치는 도시가구의 소비지출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5년마다 조사가 이뤄지며, 현재는 2010년 기준의 가중치가 활용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 내역을 보면, 농축수산물은 77.6(농산물 43.5), 공업제품은 317.7, 서비스품목은 556.4로 나타났다.

앞서 설명했듯 농축수산물의 가중치가 77.6이라는 것은 월 평균 1000원을 지출하는 가정에서 농축수산물 소비에 77.6원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이를 백분비로 환산하면 7.76%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공업제품은 317.7(31.7%), 서비스품목은 556.4(55.6%)나 된다.

농축수산물 가중치(77.6)는 공업제품(317.7)의 4분의 1, 서비스(556.4)의 7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농산물의 가중치는 43.5에 불과해 공업제품과 서비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20년간 통계청의 가중치를 살펴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가정에서 농산물에 소비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축수산물 가중치는 1990년 191.1에서 1995년 144.8, 2000년 107.4, 2005년 88.4, 2010년 77.6 등으로 점차 낮아졌다. 20년 동안 지출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낮아진 셈이다. 공업제품 가중치는 1990년 403.4에서 2010년 317.7로 하락하긴 했으나 감소폭이 적다. 서비스의 가중치는 1990년 405.5에서 2010년 556.4로 오히려 크게 높아졌다.

이렇듯 각 가구의 농산물 소비지출 비중은 공업제품과 서비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농산물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영향은 극히 일부분 = 개별 품목의 가격변동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가는 기여도로 평가한다. 기여도는 개별 품목의 지수와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다.

기여도의 단위는 퍼센트 포인트(%p)로 나타낸다. 배추 파동이 일었던 2010년 배추와 휘발유 가격이 전년대비 각각 80.8%, 7.9% 상승한 것만 보면, 배추가 휘발유보다 전체 소비자물가에 더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전체 소비자물가가 2.9% 상승하는 데 배추는 0.14%포인트(기여율 4.8%), 휘발유는 0.25%포인트(기여율 8.5%) 만큼 영향을 줬다.

배추 가격 상승률이 휘발유보다 약 10배였지만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휘발유가 배추보다 2배 정도 컸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11년 8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농산물이 공업제품과 서비스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으나 농산물의 기여율이 가장 낮았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5.3% 올랐으며, 농산물과 공업제품, 서비스의 가격은 각각 15.6%, 7.1%, 3.1% 상승했다. 상승률만 보면 농산물이 전체 물가의 상승을 이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체 물가 상승에의 기여도는 농산물이 0.84%포인트(기여율 15.8%)로, 공업제품 2.25%포인트(기여율 42.5%)와 서비스 1.82%포인트(기여율 34.3%)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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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물가 상승의 주범? 일종의 착시현상 = 이처럼 농산물은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산물 생산은 계절성이 있는 데다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아 가격이 폭등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잉생산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심하다.

예를 들어 2010년 9~10월 배추 가격 급등은 기온 하락, 강우량 증가, 일조량 부족 등 배추 생육에 불리한 날씨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곧바로 가을 배추가 출하되면서 11~12월에는 가격이 안정됐다. 이후 지난해 3월까지 배추가격이 다시 올랐으나 4월부터 급락하다가 여름에 집중호우 등 기상여건이 나빠지면서 8월에 다시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로 볼 때, 지난해 5월(81.1), 6월(65.4), 7월(107.2)의 배추 가격은 10년 전인 2000년(107.4) 수준에도 못 미친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봄배추 가격이 폭락해 상당량이 산지에서 폐기됐다.

상추도 2010년 9월 가격이 급등했으나, 그 이후 계속 떨어져 그해 11월~지난해 6월 가격은 2005년보다 낮았으며, 7~8월에는 기상악화로 다시 급등했다.

이처럼 농산물은 가격이 일시적으로 크게 오르더라도 곧 떨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격 안정 때보다 급등할 때를 더 잘 기억하기 때문에 다른 품목에 비해 물가상승의 체감효과가 크다. 일종의 착시현상과도 같다. 또한 다른 품목에 비해 주기적으로 자주 구입하기 때문에 농산물 구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농협경제연구소 유춘권 유통연구실장은 "가격 상승률만 보고 농산물이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격 상승률만으로 농산물이 전체 물가의 상승을 주도한다고 여기는 것은 품목별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착오"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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