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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 헤어지고 '도박' 하던 그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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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남편·가사육아 스트레스에 시작했다 후회 눈물 흘리는 K씨

[아시아경제 김종수 기자]# "지난 30여년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했다. 하지만 도박을 끊는게 쉽지 않았다. 그새 가족들은 점점 지쳐갔고 냉담해졌다. 엄마를 이해해주던 딸마저 3년간 말을 하지 않게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를 찾은 김지연(가명·55·여)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30년전 가부장적인 남편에 대한 불만과 가사육아 스트레스를 동네아주머니들과 화투를 하면서 풀었다. 점차 도박하는 횟수와 시간이 늘었다. 한달을 집에 들어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심지어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을 데리고 화투를 치러 갔다가 딸이 등교를 못한 일도 있었다. 김씨는 "상담을 받으면서 다시한번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고 했다.

# 양혜정(가명·30·여·미혼)씨도 최근 센터를 찾았다. 그는 3년전 인터넷 도박으로 10만원을 베팅, 100만원을 땄다. 이게 화근이 됐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도박에 더욱 빠져들었다. 금융기관은 물론 어머니 명의의 보험으로 몰래 약관대출까지 받았다. 수면제를 복용,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
 
도박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가족 해체로 나타난 현상이다. 카지노, 경마, 경륜 등이 합법화돼 사행산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점도 한몫했다.
여성도박은 아직 남성에 비해 절대적 숫자는 작다. 하지만 가정파탄과 자녀양육 문제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폐해는 훨씬 크다. 특히 신상의 노출을 꺼려 치료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영민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장은 23일 "여성 도박중독자는 정부의 공식 통계치보다 높으면서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감위 관계자도 "여성도박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없고 일반화할 수 있는 검증자료가 미비해 더욱 문제가 크다"고 강조했다.
사감위가 전국민 도박중독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2010년 기준 여성 도박중독률은 3.0%(2010년 기준)로 남성중독률 9.3%에 비해 낮긴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의 경우보다 신상의 노출을 꺼려 통계 수치보다는 다소 높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성의 도박 중독이 심한 것은 성향 차이에 있다. 남성 도박중독자들은 승부사 기질이 있고 자극을 추구하는 반면, 여성 도박중독자들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에 도박에 빠져든다는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6명이 도박중독자다. 이는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에 비해 약 2~3배 많은 규모다. 사감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은 2010년 기준으로 6.1%에 이른다. 영국 1.9%, 캐나다 1.7%, 호주 2.55% 등에 비해 크게 높다.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2010년 국내 사행산업 총매출액은 17조3000억원으로 4년전인 2006년 대비 42.8%(5조1949억원) 크게 늘었다. 따라서 여성들이 도박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여성 도박중독의 폐해는 아이 등 가족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도박으로 인한 경제적 파탄과 폭력은 이혼과 가정 불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도박 중독과 관련, 남녀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려 여성들은 치료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전 센터장은 "남자가 도박중독증에 걸리면 전재산을 투자해서 회복하려고 하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집에서 쫓겨나는 등 가정생활이 파탄에 이른다"고 전했다.

때문에 치유센터를 찾아오는 여성의 수도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전 센터장은 "지난해 상담을 받은 도박중동자 198명 중 여성은 1명에 그쳤다"며 "알코올 중독과 마찬가지로 도박 역시 중독성이 심각해 조기치료를 받아야 된다는 국민인식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수 기자 kjs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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