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사장·박성욱 부사장 유임
단독[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버지가 못다 이룬 30년전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하이닉스 대표이사직을 맡는다.
최 회장은 통신이나 에너지 등 그룹의 주력사업장에 전문경영인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반도체사업만큼은 직접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13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한 의결과정이 남았지만 최 회장과 하 사장의 선임은 확정적이다. 더군다나 최 회장은 임시주총에서 권오철 사장과 함께 대표이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권오철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 공동대표를 맡는 것은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분야의 경우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돼야하는 대표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투자 등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적인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이닉스의 성공적인 안착에 그룹의 사활이 걸린 만큼 직접 사업을 지휘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IT수요가 부진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하이닉스로써는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이지만 작년 3분기에는 약 3년만에 영업익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환경이 불안해진 상황이다.
SK그룹도 하이닉스 인수에 3조4000억원을 사용했으며, 올해 설비자금으로 최대 4조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룹의 총 투자액 19조원 가운데 40%에 육박할 정도로 하이닉스에 거는 기대도 크다.
최 회장 개인적으로는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 부터 이어져 내려온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SK그룹은 1978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선경반도체를 설립했다. 그러나 오일쇼크로 인해 결국 1981년 선경반도체를 해산해야만 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이천 하이닉스 본사를 방문해 “하이닉스를 반드시 성공시켜 SK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그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 글로벌 인맥 넓히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IT업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늘리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단순히 인맥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왔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친분을 맺어온 터키의 페리트 샤헨크 도우쉬 그룹 회장과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결과, 인터넷비즈니스 기업인 SK플래닛의 터키 진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직업 책임경영에 나서는 것은 반도체 부문에 대규모 투자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라며 “세계 IT인사들과 인맥을 넓혀 반도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도 이미 돌입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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