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으로 다 죽는다" 케이블 PP 대책 마련 촉구
의무편성채널 정책 재검토 및 개별PP 보호조항 신설 촉구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PP)의 등장이 임박하면서 기존 PP 업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PP 업계는 종편에 밀려 기존 업체들은 그대로 고사할 수 있다며 방송의 '다양성' 차원에서라도 규모가 작은 PP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생산에는 힘을 쏟지 않다가 이제 와서 '앓는 소리'를 한다며 PP가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서병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PP협의회장은 24일 "종합편성채널 4개의 등장을 허락함으로써 (정부는) 방송 시장을 육성하기보다는 오히려 망쳐놓을 수 있다"며 "방송 시장 폐해의 가장 큰 피해는 고스란히 기존 PP 업체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PP들은 케이블방송사업자(SO)들로부터 채널을 배정받아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종편도 PP이기 때문에 SO로부터 채널을 받아야 하는데 기존 PP 업체들은 SO가 종편에 앞번호를 내주고 자신들은 뒤로 밀려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특히 종편이 오는 12월1일부터 방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선언하면서 계약 기간인 연말이 되기도 전에 SO로부터 채널을 빼앗길까 걱정하고 있다.
서병호 회장은 "기존 PP 업체의 경우 콘텐츠의 질이 나빠서 시청률이 안나온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10년 이상 시청자들과 함께 해 왔는데 이제 와서 밀려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PP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송의 전문성, 다양성을 위해 PP 업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편이 개국하면 PP 업체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박현수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케이블방송 예상 광고비는 1조871억원인데 종편으로 광고비가 1359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PP의 경우 광고비가 지금보다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P 업계는 대안으로 의무편성채널 정책을 재검토하고 개별 PP 보호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편의 등장으로 의무 채널이 기존 14개에서 18개로 늘어났는데 채널수를 무작정 늘릴 게 아니라 기존 14개 채널 안에 종편을 포함시키는 등 의무 채널 안에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의무 채널이 4개 증가하면 다른 PP 업체 4개가 채널을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종편까지 의무적으로 송출해야 하는 채널이 돼 다른 채널이 설 자리가 없다"면서 "종편 채널을 빼는 방식 등으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PP들이 그간에 품질력을 갖춘 콘텐츠는 생산하지 않다가 이제 와 앓는 소리를 한다는 비판도 높다.
특히 CJ E&M 같은 PP들은 기존 PP 업계의 입장에서 한발짝 비켜 서 있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한 만큼 종편과 붙어도 걱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일부 PP들은 계약시 SO가 계약 만료 이전에 채널을 바꿀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에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법적 문제를 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SO가 계약 만료 이전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 이는 분명히 문제이고 PP 업계의 위기감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그동안 기존 PP 업체들이 방송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가를 생각하면 PP의 손만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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