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정전사태, 무엇이 문제였나<상>
그러나 대통령도 장관도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정전사태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와 이로인한 불균형적인 수급구조에 있다는 게 학계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탓에 에너지 소비 왜곡도 심하다. 소비자들이 난방기구로 기름보일러 대신 전기온풍기와 전기히터 등 전기제품을 선호하면서 2004년 825만㎾였던 난방수요는 지난해 겨울엔 1675㎾로 배로 늘었다. 반면 난방유로 쓰이는 등유 소비량은 2002년보다 67%나 줄어들었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비전력량은 8833㎾h로 일본(7818㎾h)과 프랑스(7512㎾h), 영국(5607㎾h)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비싼 기름값과 전력난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겨울도 안심할 수 없다. 매년 겨울이 되면 난방 수요가 냉방 수요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최대전력수요도 7313만㎾로 지난 8월 여름철 최대전력수요인 7175만㎾보다 많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우리나라가격을 Kwh당 100원이라 가정할 때 일본은 266원, 미국은 117원, 프랑스는 183원이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에 따르면 2010년 전기 사용량 상위 10개 업체의 전기 요금은 1kw당 평균 67.56원으로 한국전력 전기요금 평균인 87원 보다는 20원 가량, 산업용 평균요금인 1kw당 76.63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창일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업체가 내는 연간 전기요금이 3,039억 원인데 만약 일본에서 같은 량의 전기를 쓰면 8,083억 원, OECD 평균 전기요금 기준으로 보면 5,591억 원을 냈어야 한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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