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구간 13시간여를 기다시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설봉에 오른 철녀 오은선의 강심장- “내가 꼭 정복해야 한다”는 역사적인 부담감이 “드디어 해냈다”는 안도감으로 바뀔 때까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그런 순간마다, 힘이 넘쳐서 등반도중 하늘나라까지 오른 선후배들의 얼굴이 때론 두려움으로 나타나고 한편 자극도 되었을 겁니다. 마침 같은 시기에 실종된 마나슬루 원정 대원들에 대한 우울한 뉴스도 듣고 내딛는 무거운 발걸음이었으니 더욱 쾌거로 평가되겠죠.

근 한 달째 해수면 아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사기를 단숨에 해발 8000m 이상 끌어올린 일을 이번에도 역시나 여자가 해냈습니다. 13년 전 국제통화기금(IMF)눈치를 보며 침몰하던 조국을 위하듯 희망의 샷을 날렸던 연못가의 맨발소녀 박세리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간혹, ‘우승해야한다’는 다짐으로 시합에 나간 선수들보다 마음을 비우고 나간 선수들이 의외로 우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시합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실수를 떨치고 집중하게 만들지만, ‘꼭 우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은 작은 실수에도 흔들리게 되지요.

그때 눈앞에 어른거리는 형상들이 트레이너나 감독일 수도 있고, 어머니나 아버지의 실망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강하게 키우고 단련시켰던 사람들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극복해야할 두려운 대상이 됩니다. 박세리, 미셸위, 신지애 선수 등의 아버지나 김연아의 어머니 같은 존재들이겠죠.


그런 선수들을 위해 ‘멘탈 클리닉’이란 새로운 프로그램이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들도 마찬가지죠. 기업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심초사 경쟁력만 생각하다가 자신의 심신이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치고 상처 입은 경영인들을 위한 치유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가까운 주택가에 조용한 공간(THE HOW-영성경영연구소) 하나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른바 ‘영성경영 프로그램’은, 수많은 경영자들이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운신이 가벼워질 때까지 위무 받는 대안의 피난처입니다.


어렵게 일궈 놓은 것들을 지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영성경영’은 기업인들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시간에 쫓기며 동분서주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무한경쟁시대에, 정작 CEO 자신이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중견간부는 간부대로 아래 위 눈치를 보는 하루 일정. 신입사원은 여간해서 정착하지 못한 채 가로등을 잡고 비틀거리며 귀가하는 모습들이 밤거리에 넘쳐납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한때 잘 나갔던 이들이 잠수하고 보이지 않으면, 대부분 재기에 몸부림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예상외로 긴 슬럼프를 겪으며 재기하지 못하는 프로선수들이 소문을 듣고 영성경영 프로그램을 맞춤코치로 찾아온다고 합니다.


김규덕 영성경영연구원장(58)은 엘빈 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인 ‘지식정보화시대’가 그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바야흐로 제4의 물결인 ‘영성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CEO의 경영측면에 포커스를 맞추면, 전략경영에서 문화경영을 거쳐 영성경영으로 진화하는 중이라고 보는군요. 한마디로 “영혼이 있는 기업이 성공한다. 그러니 진정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면 사람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는 정신에서 출발합니다.


결국, 경영에서도 “시대는 영성경영을 요구하고 있으나, 영성으로 경영하고 있는 CEO가 없다”고 통탄합니다. 자신의 영혼과 직접 대화하는 ‘진검승부’의 세계-듣고도 알듯 잡힐듯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세계입니다.


김 원장은 “우리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우주와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우주의 일부임에도, 현대생활 속에서 그 능력을 잃어버리고 지식과 경험의 틀에 갇힌 작은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곳엔, 집중력을 잃었던 몇몇 젊은 프로골퍼들이 합숙을 하며 슬럼프를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대회에서 부담감으로 인해 대책 없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경기를 포기했던 선수도 있었답니다.


그 유망주가 비바람이 불던 날 오랜만에 참가한 대회. 첫 라운드에서 68타를 쳐서 1위를 했다는 문자를 전송해 왔다고 하니, 몇 주간의 집중적인 영성회복훈련으로 효험을 본 것은 확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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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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