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서울 충무로의 한 음식점에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개봉을 앞둔 이준익 감독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다.


멤버는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인우기획(장윤정 소속사)의 홍익선 대표, 가수 김종환, 아시아경제신문의 황용희 기자. 일종의 이준익 감독의 '팬미팅' 분위기로 이날의 모임은 시작됐다.

전혀 '생뚱맞은' 조합의 모임인만큼 이들의 대화는 때로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때 보다 진솔한 말들이 따뜻한 파장을 타고 흘렀고 서로 다른 분야의 고수들이 만나 나누는 대화는 심장을 관통했다.


황용희 기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눈에 띄더라고요. 견자 역의 백성현씨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신거죠?

이준익 감독: 영화 '말아톤'을 봤어요. 조승우 씨의 동생 역할로 나오는 걸 봤는데, 몇 장면 안나오는데도 '아 배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왕의 남자'에서도 오디션을 보고 최종까지 갔었죠. 그런데 이준기 씨가 공길이 이미지에 더 잘 맞아서 밀린 거죠.


'즐거운 인생'에서도 장근석씨가 맡은 역할에 쓰려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들어보니까, 너무 못하는거야. 그 역할이 노래를 잘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캐스팅하게 된 거죠.


황용희 기자: 이몽학이 기를 쓰고 달려간 궁궐에 왜 아무것도 없었을까


이준익 감독: 헛된 욕망, 일그러진 영웅의 종점은 허망하다는 거죠. 구름이 욕망이라면 달은 위대한 가치라고 볼 수 있어요. 욕망이 마음 속에 가득 차 있으면 주변을 보지 않고 자신의 가치만 주장하게 되죠. 끝까지 가봐야 허망한 것이 현실인데...


황용희 기자: 배우들에게 연기에 대해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었나요


이준익 감독: 이몽학(차승원 분)은 쿨(Cool)하게, 견자(백성현 분)는 핫(Hot)하게, 황정학(황정민 분)은 웜(Warm)하게, 백지(한지혜 분)는 웻(Wet)하게 연기해 달라고 주문했죠.


그런데 차승원씨가 연기를 정말 잘한거에요. 황정민씨가 물론 연기를 정말 잘하죠. 그런데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따뜻함(Warm)이란 말이에요.


그 연기는 누가해도 사랑받는데, 황정민씨가 하니까 더 사랑받는거지. 그에 대비되는 쿨함이 필요한데, 그것을 차승원씨가 너무 잘해주니까 황정민씨가 더 돋보여요.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영화사에서 맹인연기에 참고하라고 관련된 영화들을 참고자료로 황정민씨에게 줬어요. 그랬더니 안보겠다고 하더라고요. 보면 따라하게 된다고 차라리 실제 맹인 분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 낫겠다고. 그 발상이 참 신선했어요.


홍익선 인우기획 대표: 감독님 작품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서 오늘 감독님 인터뷰를 읽었는데,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더 읽었는데 그래도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빼어날수(秀)라는 한자가 너무 좋아서 秀英(빼어날 수, 꽃부리 영)이라는 이름의 캬바레를 연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곳에 오는 손님들 90%가 그 한자를 모르더라고. 춤이 좋아서 캬바레에 와서 신나게 춤을 추는데, 우리 가게 이름을 몰라. 갑자기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준익 감독:(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정말 좋은 말씀이십니다.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황용희 기자: '천만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많으시죠


이준익 감독: '천만 감독'은 뭘 해도 불리해.


조철현 대표: 감독님이 똑똑해요. 자기부정을 해 버리더라고. 자기영화를 부정해버려. 별 볼 일 없는 영화다. 솔직하면서도 현명하지. 그런 성공이나 기대를 훌훌털어버릴 줄 아시더라고.



이준익 감독: 짐이지 짐.


가수 김종환: 털어버리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저도 앨범을 만들 때 '타이틀곡 한곡만 좋은 가수야'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좋은 곡을 다 쏟아부어요. 주변에서는 앨범마다 한곡씩 나눠서 담지 아깝게 왜 그러냐고 하죠. 하지만 내가 다 쏟아부어야 다음 것을 쓸 수 있어요.



황용희 기자: 가수와 매니저 분들은 '라디오 스타'를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가수 김종환: 정말 마음을 울립니다. DVD도 소장하고 있어요.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감독님이 늘 그러세요.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보다 마음을 즐겁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이준익 감독: 일상에서 찾을 수 없는 감정들을 영화속에서 찾을 수 있잖아요.


조철현 대표: 대중들과 깊은 교감을 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무서워하기보다 대중을 무서워하고 존경하죠. 대중과의 교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가수 김종환: 저도 무대에 오르면 그날의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요. 그날의 기운이 있죠.


홍익선 대표: 쟁이죠 뭐. 밥 먹을 때도 영화생각, 음악생각.


이준익 감독: 대표님은 캐릭터가 분명하셔. 앵글을 갖다대면 바로 나와.


조철현 대표: 시골적인 외모 속에 깃든 뉴요커의 세련된 영혼이랄까.(좌중 폭소)


홍익선 대표: 정말 노력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저도 한 달에 30일 주말에도 나가서 일을 해요. 늘 항상 노래만들 생각만 나니까. 놀아도 회사에서 놀고.


조철현 대표: 하루만 쉬어도 대중감각을 회복하는데 몇 일 걸리잖아요.


가수 김종환: 대중들 속에서 느끼는 감정말이죠. 제가 어릴 때부터 식사하고 커피마시는 자리에서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 늘 궁금했죠. 밥먹으면서 음악듣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식구들을 데리고 한 번 해봤어요. 밥을 먹으면서 공연을 본는 거, 대중들의 그 감정을 알게됐죠.


이준익 감독: 난 아직도 관객들 속에서 내 영화를 보는 것이 힘들어요. 식은 땀이 나요. 난 이런 식으로 만들었는데 관객들이 저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힘들어요. 모니터링이 힘들어. 자기 영화의 잘못된 점은 자기가 제일 잘 알거든.


가수 김종환: '라디오 스타'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저만 운 게 아니라 주변에서도 다 울었대요. 마지막에 우산을 받쳐주는데...미치겠더라고요.



조철현 대표: 저는 개인적으로 안성기(매니저 박민수 역)가 자기 가수와 결별을 하게 되면서 너무 황망해서 스케줄이 다 들어있는 가방을 가방을 놔두고 오는 장면. 멍하니 있는데 누가 다른 사람이 들고 나오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얼마나 나던지...


홍익선 대표: (가방에서 주섬 주섬 자기 스케줄 수첩을 꺼내 보여준다) 이거죠. 술을 아무리 먹어도 저도 이 가방은 꼭 껴안고 있습니다.(좌중 폭소)


조철현 대표: 정말 인생역정을 다 겪으셨네.


이준익 감독: 가방이 소중한 것을 아시네.


황용희 기자: '라디오 스타' 2탄은 없습니까.


이준익 감독: 한 번 했으면 됐죠 뭐.


조철현 대표: 이 감독은 한 편의 영화속에 복합적인 요소를 담아내면서 끊임없이 대중과의 연결고리를 모색하는 분이에요. 자기만의 장르 이런 것에 구애받지도 않아.


이준익 감독: 힘들어. 힘들어.


홍익선 대표: 감독님, '마이웨이' 하시면 됩니다. 온갖기교의 노래가 나와도 단순한 멜로디로 사람을 울리는 '마이웨이'의 전주만 하겠습니까.(일동공감)


이날의 인터뷰는 이렇게 '마이웨이'를 걸어 온 이준익 감독과 그의 앞날이 늘 항상 '마이웨이'의 전주같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마음 덕분에 따뜻하게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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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준익 감독의 신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박소연 기자 muse@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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