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래나 오징어젓갈, 깍두기, 무채, 콩나물, 숙주나물, 시금치, 파김치, 멸치, 콩자반 등에서 과연 무엇을 떠올리십니까? 이것들은 메뉴에 관계없이 대중음식점 식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근한 밑반찬 목록들입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위 반찬들을 먹고 남길 경우 물론 당연히 다들 그렇진 않지만 일부 식당에선 그걸 한데 모았다가 재사용해도 표시가 잘 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집의 볶음밥과 뚝배기에 미리 말아서 나오는 국밥은 주문기피 1순위가 된지 오래죠. 그 밥은 손님이 남긴 것을 모아 재생될 수 있다는 건 상식에 속합니다.
꼭 영세한 식당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번듯한 고급 한정식 집들도 기꺼이 동참한다고 하니 문제지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관광객들에게 재활용과 리사이클링이란 지극히 한국적(?)인 알뜰한 정신을 알리겠다는 고육지책이라고 이해해 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주부들 친목모임에선 먹고 남은 음식들을 은박지로 포장해가는 게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답니다. 남자들까지 이런 추세를 따르기엔 좀 그렇지만(좀팽이 소리를 듣기 십상이겠죠), 주부들 스스로 매일 외식하는 남편들을 위해서 반찬의 재사용을 원천적으로 막아보자는 소비자운동입니다.
지난해 강남구 보건소에서 하루 날을 잡아서 관내 유명음식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잔반(殘飯=남은 음식)재사용 안 하기'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가장 부자 동네에서 그런 운동을 벌일 정도이니 그동안 남은 음식들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당시 음식점 출입구나 업소내부에 ‘잔반을 재사용하지 않는 업소’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과연 이후에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TV등에서 소비자고발 프로를 통해 지저분한 주방의 실상과 반찬 재사용 행태를 생생하게 방영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린, 한식은 반찬의 가짓수가 워낙 많아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대하게 봐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해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반드시 척결해야할 더러운 문화라는 인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잔반 재사용은 주방에서 일하는 찬모들의 ‘알뜰정신’이 빚은 결과가 아니고, 전적으로 음식점 주인들이 가진 ‘구두쇠 철학’ 때문이라고 봅니다. 과연 이 부끄러운 식당주인들의 행태를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전남 순천시의 공무원들이 내놓았습니다. 설치비의 반을 시에서 부담하는 이른바 ‘주방감시용 CCTV’.
선암사와 송광사, 낙안읍성과 순천만의 갈대와 철새들로 많이 알려진 관광명소들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공공서비스를 창안한 것이죠. “주문한 음식이 나올 동안 직접 CCTV화면으로 주방을 감시할 수 있다” 그건 가히 ‘주방의 혁명’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발상이었습니다.
은밀했던 주방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것은, 주방 구성원들의 자신감이 없다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썰렁한 음식점의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부득이 자신들의 치부를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이죠. 주문 없이 놀며 월급 받는 주방보다 바쁜 주방이 훨씬 생산적인 사실을 자각한 것입니다.
실제로 주방을 공개한 식당들은 20%이상 매출이 늘었고, 그 소문을 타고 점점 CCTV설치를 신청하는 업소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물론 적격여부 심사를 하고, 카메라설치 장소는 실사나간 공무원이 지정합니다.
‘발 없는 화면이 천리를 간다’고, 멀리 경기도 부천시 공무원들까지 이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로 하고 여론을 조사 중이라니. 바야흐로 식당보다는 CCTV시장이 먼저 살아나게 생겼습니다.
심지어 배달을 주력으로 하는 서울의 어느 중국음식점에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방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고 합니다. ‘내가 시켜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불안과 호기심을 일거에 잡은 것은 결국 매출신장이었습니다.
최근 두바이 호텔 수석조리장 출신의 셰프 에드워드 권과 국내 모항공사가 손을 잡고, 기존 기내식에 대한 개념을 깬 메뉴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먼저 승객의 입맛을 잡아서 발길을 잡겠다는 획기적 발상이죠.
비행기를 탈 때 가장 기대되는 서비스가 기내식이라는 여론조사도 있답니다. 군침이 도는 하늘여행에는 직접 따끈한 포장을 뜯어서 먹는다는 믿음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봐야죠. 만약에 비행기에서 잔반을 재사용하는 의심이 든다는 기사가 한 줄 나온다면, 그 항공사는 한 달을 못 버티고 문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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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밥상에서 젓가락을 들기 전에 한번 둘러보시지요. 결코 가지런하지 않은 찜찜한 몰골의 그 나물반찬들이 얼마나 끼니마다 재사용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슬픈 재료들인가를... 때론 자신의 치부를 공개하는 데서 경쟁력을 찾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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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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