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눈덩이 부채와 반복되는 디플레이션. 일본 경제가 지난 20년간 붙잡고 씨름해 온 고질병이다.


워낙 오랜 시간 문제를 끌어오다 보니 일본 사회에서는 이를 등한시하는 경향마저 생겨났다. 겉으로는 대책 마련을 강조하지만 매번 모험보다 현상 유지를 택해온 일본 정치인들이 대표적인 예. 일본인들의 일상적인 삶에서도 위기의식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국채 수익률 역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국내총생산(GDP)의 190%에 이른 일본의 부채 규모는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데다 재정상황이 점차 악화되는 추세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12일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인들의 '부채 위기 불감증'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급진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 이유를 근거로 일본의 재정위기가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첫번째는 그 동안 국채 수요를 뒷받침해온 전통적인 저축 중심의 일본 기성세대가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점점 국채 투자 비중을 줄여나면서 앞으로는 예전과 같은 국채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축률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 하더라도 국가 부채는 2015년께 가계자산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채 수요가 줄면 위기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기존 국내 채권 투자자들이 줄어들 경우, 일본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경우 일본 정부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줘야 한다. 기관 투자자들은 이미 일본 채권 시장의 붕괴를 대비한 투자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번째는 디플레이션과 관련이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국채 수익률은 하락하고 이는 정부에 일시적인 이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는 GDP대비 부채 비율을 끌어올려 치명적인 위협을 줄 수 있다. 디플레이션 국면이 이어지면서 소비 침체가 나타나기 때문. 일본인의 35% 가량은 향후 5년 간 물가가 제자리 혹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일본은 더 이상 수출 주도 경제성장을 지탱할만한 해외 수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고 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강한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일본은 부채를 줄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기 힘들다. 4월1일 시작되는 2010 회계연도 예산에서 신규 부채(44조엔, 4680억달러)가 처음으로 세수(37조엔)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이미 조짐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면서 일본은 생산성과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적 개혁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세제 개혁과 농업 분야의 탈규제 정책, 수송과 에너지 등 국가 보호 산업의 개방 등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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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일본 정부가 리스크를 걸고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 지난해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이 55년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을 당시에만 해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하토야마 정권은 선거자금 의혹 등의 스캔들을 겪으며 신뢰성에 금이 간 상황. 일본 경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커녕 자리 보전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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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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