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버블이 꺼진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버블붕괴 이후 일본은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특히 수출로 세계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가을 미국발 금융 위기가 급습하기 전의 얘기다. 현재 일본에선 전후 최악의 경제성장률과 5%대에 올라선 실업률, 물가하락으로 과거 버블붕괴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일본 경제에 대해 낙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4월 산업생산은 기업들의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기업의 재고감축 효과에 힘입어 전월에 비해 5.2% 늘어 56년래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또 연일 연중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25지수는 3개월간 30%나 상승했다.

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이 같은 '회복세'가 '버블'에 지나지 않는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께 기업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기록적인 침체를 보이고 있는 지표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월 산업생산 지표는 전월에 비해선 5.2% 상승해 56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지만 지난해 같은달 수준에 도달하려면 31.2%가 부족하다. 또한 4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에 비해선 0.1%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2개월 연속 하락해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세계적 수요 약세와 소비자 및 기업들의 신뢰감에 서서히 영향을 나타내는 다른 비관론과도 흐름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은 실업률이 5%대로 올라선데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착시효과를 통한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하반기 물가는 한동안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디플레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이는 당시 원자재가격 급등 및 세계 경제 상황과 연동된 것으로 일본 정부의 정책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페섹은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조치는 일본 경제의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기능이 마비된 신용 시스템을 회복하지는 못했다"며 "금융 시스템에 자금이 무한정 공급돼도 대출 의욕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맥쿼리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제럼은 "일본은 버블붕괴 당시인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기준금리는 제로이지만, 실업률이 증가함에 따라 인플레가 둔화할 경우 금리를 일정 수준 내려야 하는 이른바 '테일러룰'에 따르면 현재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경기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국내 요인보다는 세계적 수요의 힘이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그 어떤 시나리오를 내놓더라도 약발은 먹히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디플레는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로, 일본 경제는 악순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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