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아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8000원
$pos="L";$title="";$txt="";$size="229,339,0";$no="2009042910045797056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무작정 활자를 좇는 빈약한 독서에서, 맛을 음미하고 생각하며 깊이 느끼는 풍요로운 독서로 나아가는 것. 해서 책꽂이에서 다시 꺼내 그것을 세우지 않고, 오랫동안 책상이나 침대에 눕게 하거나, 아니면 한적한 오후의 공원에 빈 의자거나 퇴근길 버스에서 뼛속까지 사랑하고픈 책을 만나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이 책은 마치 잘 만든 영화처럼 다시 보고픈 충동을 느낄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다. 그래 그랬던가. 나는 자주 그것을 손으로 애무하며 눈으로는 기꺼이 ‘마주침’을 허락한다. 이뿐만 아니다. 책 뒤의 실린 음반을 꺼내 클래식, ‘모차르트가 가장 궁핍하고 빚에 쫓겼던 시절 완성한 걸작 교향곡 40번의 1악장’(11쪽)을 하염없이 무시로 듣곤 한다.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책의 저자이자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아나운서 유정아씨를 실은 고백하건대 나는 직접 만났다. TV북카페 진행자와 패널로서 말이다. 이윽고 처음 만나 느닷없이 사인을 부탁하는 내게 그녀는 올해 초, 친필을 남겼다.
아마도 저자는 누구나 친구처럼 잘 대할지도 모른다. ‘두 현악기의 우정’(330쪽)을 통해서 “우정의 빛깔이야 그 어울림의 색깔처럼 다 다르겠으나, 음악을 통해, 음악으로써, 우리 모두도 그들처럼 누군가와 깊은 우정을 나누기를 바랐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내가 클래식을 다시 마주침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저자의 뛰어난 글솜씨 때문이다.
전문가인척 떠벌리지 않으며 도시의 후미진 골목길 음악다방 DJ처럼 편안하고 익살스런 구석이 있어서다.
일테면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을 소개하는 것이 그러하다. 하이든은 유머를 아는 사람이었고 자기 악단의 입장을 고용주에게 말할 줄 알며 인간관계에서 조화를 도모할 줄 알았던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런다. 이처럼 경영자의 마음가짐이 하이든 같다고 한다면 내 보기엔 권력이 아니라 권위는 이미 ‘따논 당상’일 게다.
또 ‘병으로 더이상 작곡을 할 기력이 없었던 말년에는 가끔 피아노 앞에 앉아 뚱땅거리는 것이 위안거리였는데, 그 뚱땅거리던 멜로디는 오늘날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국가가 되었다’(52쪽)라는 대목에선 슬며시 하하 웃음보가 터진다.
아나운서의 면모도 드러낸다. 일테면 ‘3분 스피치’(178쪽)가 그것이다. 그러고는 ‘진정한 고수는 유연한 법이다’라고 쐐기를 박는다. 이윽고 클래식은 꼭 이래야 한다거나 연주회는 이래야 한다거나 연주기법은 이래야 한다거나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식으로 저자의 음악 지론을 담아낸다. 그러니 클래식이 어렵지 않아 좋아진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거론한다. “모른다고 솔직히 말할 줄 아는 사람은 이후 알기 위한 노력과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이고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주장이 어디 클래식 만일까.
창업자나 경영자 모두가 꼭 명심해야 할, 즉 지속경영의 핵심을 파고드는 큰 가르침이다. 달콤한 휴식, 따뜻한 위안, 그리고 클래식 감상, 덤으로 ‘특별한 경영 수업’까지 언제든 마주침이 가능한 책이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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