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마침내 꿈의 '7000고지'를 밟으며 한국 증시의 새역사를 썼다.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핵심 수혜자로 부상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초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증시가 8000포인트 달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봤다.
코스피 사상 최초 7000 돌파…8000 전망 잇따라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데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하고 있음에도 증시가 상승한 것은 AI발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73.5% 급증한 319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3월 328억달러에 이은 역대 월 수출액 2위 기록이다. 반도체는 13개월 연속으로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낸드플래시 등 첨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출도 급증했다. 메모리 고정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DDR4 8Gb가 870%, DDR5 16Gb가 662%, 낸드 128Gb가 766% 각각 급등하며 전체 수출액을 밀어 올렸다. 수출입은행은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2분기 우리나라의 수출도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과거 고유가 국면과 달리 코스피 지수가 강한 랠리를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원유 적자폭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반도체 무역수지 흑자 덕분"이라며 "고유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도 반도체 업황 사이클을 고려하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더 확대될 여지가 커 우리 경제와 증시에도 강한 상승 모멘텀이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은 코스피 대세 상승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기여도를 더 높였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코스피 이익 추정치 증가분 472조원 중에서 90.8%인 427조원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회사가 기여했다. 양사의 올해 코스피 예상 순이익 비중은 70.7%이며 시가총액 비중도 42.2%에 달했다. 작년 1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코스피는 4241포인트 상승했는데 이 중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상승분의 53%를 기여했다.
반도체 업황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스피 추가 상승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앞다퉈 코스피 전망치 상단을 올리는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중에서는 JP모건이 지난달 코스피 목표치를 8500선으로 제시했고,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도 8000선을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코스피 전망치 상단을 8600으로 올렸고 하나증권은 8470, 삼성증권은 8400을 각각 제시했다.

AI시대 메모리 반도체 병목현상 갈수록 심해질 듯
반도체 산업이 장기 호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역대급 실적을 예고한 반면 우리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저평가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코스피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AI 서버 출하량이 전년 대비 28% 증가하며 전체 서버 시장 성장률을 두 배 이상 상회하는 가운데 메모리 재고는 1~2주 물량만 남아 역사적 저점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공급 부족은 올해 디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을 전년 대비 각각 250%, 187%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182% 증가한 866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아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586조원으로 세계 11위인 TSMC(129조원)보다 약 5배 높지만 합산 시가총액은 TSMC(2869조원)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 실적 대비 과도한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488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영업이익 358조원으로 세계 3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AI의 파급 효과는 반도체라는 울타리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올해 약 6500억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7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순한 테마를 넘어선 구조적 산업 재편이 일어나는 형국이다.
실제 AI 전력 인프라가 주목받고 있다. 폭발적인 데이터센터 증설은 전력 수요의 급증으로 이어졌고, 초고압 송전망 확충과 변압기 등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중장기적인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기계 및 조선 업종은 AI 관련 인프라 투자의 숨은 수혜주로 꼽힌다. 신흥국 중심의 건설·광산 장비 수요가 회복되고 있으며, 조선 업종은 AI 인프라 가동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LNG 및 해양 플랜트 투자 확대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방산과 금융도 코스피의 기초 체력을 뒷받침하는 핵심축이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한 방산 수요 증가는 실적 가시성을 높이고 있으며, 금융 업종은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힘입어 하방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결국 현재 시장은 반도체를 주도주로 삼아 전력 인프라, 기계, 금융 등으로 온기가 퍼져나가는 실적 중심의 순환매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이들 전방위적 산업군이 각자의 실적 모멘텀을 증명해 내며 코스피의 새로운 도약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시장 체질 개선이도 코스피 질주에 힘보탰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질주할 수 있었던 숨은 주역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 노력이다. 과거 한국 증시의 고질적 병폐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무분별한 쪼개기식 중복상장 문제 등을 정면으로 겨냥한 제도 개혁이 외국인 투심을 돌려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특히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은 시장의 문법을 완전히 바꿨다. 지난해 7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조치는 경영진이 대주주의 이익만이 아닌 소액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같은 해 8월에는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확대됐으며, 올해 2월에는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 의무까지 법제화됐다.
제도적 혁신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배당 확대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는 글로벌 증시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기록하던 한국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강력한 모멘텀이 됐다. 탄탄한 반도체 실적에 정부발 제도 개혁이 더해지며 코스피를 저평가의 늪에서 건져 올린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빚투 증가, 반도체 쏠림 현상 등 상승 이면의 그늘도 존재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여전히 실적 대비 저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으며, 업종별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피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중심으로 보면 아직 10배 미만이고, 반도체·방산·조선 등 실적이 워낙 좋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있다"며 "미국 기술주들이 실적 전망치가 계속 상향이 되고 있고 마이크론·TSMC 등 글로벌 회사 대비 우리나라 반도체업체가 저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동산 보유 매력도가 높다"며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내실화, 상장 폐지 강화, 금융 세제 개선 등을 통해 머니무브를 유도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고, 종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7000포인트를 넘어도 PER이 8배 정도 수준이고, 이익추정치가 많이 상향되고 있어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은 이달 셋째 주까지는 중동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지난 3월 많이 빠졌다가 빠르게 올라왔기 때문에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오른 종목들은 조심해야 하고, 전자·증권·금융 등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가파른 상승세 이면의 그늘도 존재한다. 지수 급등에 따른 '빚투(신용융자)' 자금이 가파르게 늘고 있으며, 특정 테마나 대형주 위주로만 온기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682억원으로 사상 처음 36조원을 돌파했다. 신용잔고는 올해 초 27조4207억원에서 4개월 만에 31.5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