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무역 전쟁으로 올해 명품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관세로 인해 명품 수요 감소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發 관세에 수요 감소 지속…매출 2% 하락 전망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번스타인은 최근 경제 불확실성과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 증가로 인해 올해 명품 업계 매출이 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성장률 전망치 5%를 뒤집은 것이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명품 시장 회복이 2026년까지 미뤄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FT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보복은 명품 소비 양대 국가의 소비자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관세 자체의 영향에는 다른 기업들보다 명품 기업들이 덜 민감하다.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만큼 가격 인상을 통해 관세 영향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T는 소비자 심리 피해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명품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생산된다. 고급 시계는 주로 스위스에서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유럽연합(EU)에는 20%, 스위스에는 31%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번스타인 등은 올해 명품 업계 실적 하락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한 주간 관세율 3번 바꿔…"소비자 심리에 독"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가 혼란을 야기한다고 우려한다. 한 명품 기업 임원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미국 수출 상품 관세율을 세 차례나 변경해야 했다며 "신뢰 상실은 오래 지속되며 불확실성은 소비자 심리에 절대적인 독"이라고 했다.
에르완 람부르 HSBC 이사는 "올해 샴페인 병 터지는 횟수가 말 그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당초 올해 명품 업계의 유기적 매출이 2024년 대비 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제 정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말 미국 주도 명품 소비 증가를 예상하며 명품 주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했지만, 이 같은 의견을 뒤집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미국 전역에 낙관적인 바람이 불고 있다며 LVMH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아르노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인맥을 활용해 관세를 협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클레이스는 명품 업계 경기 지표로 여겨지는 LVMH의 패션 및 가죽 제품의 1분기 유기적 매출이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르메스의 1분기 매출은 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케링의 최대 브랜드인 구찌의 1분기 매출은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