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 지사 사장은 누구로 뽑을까?
외국계 정보통신(IT)·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기업들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한국 시장을 총괄할 사장을 선임하다 보니 같은 사람들이 업계 안에서 돌아가며 대표직을 맡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평생 직장' 개념이 약한 글로벌 IT업계 내에서 사장 경험을 경력으로 삼고 그들만의 경쟁을 펼치는 셈이다. 외부인재를 영입하기보다 내부 임원이 승진해 대표에 오르는 국내 기업들과 상황이 다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실이 한국이라는 특수한 시장을 잘 알고, 외국계 기업 조직문화에 익숙한 책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제한된 인력 풀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특히 외국계 IT 기업들의 한국지사는 영업 조직이 대부분이라 영업 관련 성과와 실적 중심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이들을 총괄 책임자로 뽑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은 특수시장, 우리도 익숙함이 필요해"
업계 관계자는 "삼성, LG 등 한국 로컬 브랜드의 강한 영향력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특수한 시장으로 본다"며 "로컬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환경이 굉장한 어려움 중 하나로, 한국에 익숙하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총괄 사장으로 모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장들의 오랜 경력은 한국 법인·지사 운영과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역할에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오랜 업계 경험으로 축적된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도 또 다른 강점으로 통한다.
OO코리아 사장, 이번엔 누구길래?
15일 주요 외국계 IT 기업의 한국 사장 이력을 살펴보면, 올해 1월 취임한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은 2018년 4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애플코리아 사장을 지냈다. 취임 첫해인 2018년 가로수길에 국내 최초 애플스토어를 개장하는 등 한국 시장 확장을 이끌었지만, 애플의 인앱결제 이슈와 관련해 정부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돌연 사임했다.
윤 사장은 현재 구글코리아로 사장으로 광고 세일즈 업무에 힘을 쏟으며 한국 시장을 총괄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및 우회 행위에 대한 국내 기업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인앱결제 이슈는 망 사용료 문제와 함께 윤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마크 리 애플코리아 사장도 다른 외국계 IT 기업에서 한국 사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그는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사장 출신이다. 과거 삼성전자의 영업 총괄을 맡은 경험이 있어 한국과 삼성에 관해 이해도가 높다. 리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앱결제 수수료 과다 이슈에 대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오픈AI는 지난해 한국법인을 개소한 이후 한국 시장을 총괄할 적임자로 김정훈 사장을 선임했다. 김 사장은 직전까지 구글코리아 사장을 지냈다.
2020년 10월부터 아마존웹서비스(AWS)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함기호 사장 역시 미국 기업 HP에서 한국 시장을 오랜 기간 총괄한 경험이 있다. 함 사장은 1997년 입사해 2011년부터 약 9년간 HP 코리아 사장을 맡았다.
올해 3월 선임된 강용남 HP코리아 사장도 경쟁사 레노버 코리아에서 7년간 사장을 맡았다.
"혁신보다 안정 택한 인사 구조"
다만 이런 순환식 인사가 중장기적인 혁신과 창의성 수혈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위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조직과 업무수행 방식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중장기적인 전략이나 비전을 제시하는데 제한을 받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말이 사장이지 한국 시장 영업 책임자나 다름없다"며 "본사의 규율과 법규를 따라야 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어 자율성이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내 경쟁 기업, 협력업체들과의 관계가 쌓여있고 주한미국상공회의소나 정부 상대의 대관 업무에 익숙하다"며 "외국계 기업들의 고충이나 투자 여건과 관련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 국내 사업 활동을 펼칠 수 있어 그런 식으로 인적 충원이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