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공포 확산 우려 진정
리스크 점검하고 사전 대응 분위기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사모신용대출 위기론이 진정되는 분위기다.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우려했던 수준의 '펀드런'은 발생하지 않았다. 주요 운용사들이 환매 요청에 대응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사태를 막았다는 평가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 국내 주요 출자자(LP)들도 동요하기보다는 자체 점검에 나서며 차분히 대응하는 모습이다.


13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조만간 미국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사모대출 투자 관련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사모대출 위기론이 한풀 꺾였지만, 향후 리스크에 대비해 현지 운용사와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을 직접 살피고 환매 가능성 등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연초 사모대출 공포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며 "지금은 차분히 포트폴리오의 부도율과 손실률을 확인하고 필요한 대응책을 점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연초에는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뱅크런'에 버금가는 '펀드런' 우려가 확산됐다. 사모대출 펀드가 보유한 자산은 장기·비유동 대출인데, 투자자 환매 요청은 단기적으로 몰릴 수 있다는 구조적 미스매치가 문제로 지목됐다. 유동성 불안이 커지면 운용사가 우량 자산부터 매각하고, 이 과정에서 펀드 수익성과 규모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실제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지 않았다. 운용사들이 환매 한도와 시차를 활용해 유동성 압력을 분산시킨 영향이 컸다. 사모대출 펀드는 일반 예금처럼 즉시 전액 인출되는 구조가 아니라, 통상 분기 단위 환매 한도가 설정돼 있다. 주요 운용사들은 일부 환매 요청을 수용하고 한도를 제한적으로 조정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투자자 불안을 진정시켰다. 블랙스톤은 회사와 임원 자금까지 투입하고 각국 LP를 직접 찾아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트폴리오 조정도 병행됐다. 블랙록과 블랙스톤은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관련 우려를 반영해 순자산가치(NAV)를 일부 낮췄다. 블루아울캐피탈은 OBDC 펀드의 배당을 조정했다. 운용사들이 '문제없다'고 버틴 것이 아니라 자산 가치를 일부 재평가하고 배당을 조정하면서 손실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반영한 셈이다.


이를 통해 문제가 시장 전체가 아니라 특정 섹터와 특정 펀드 구조에 집중됐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한 국내 LP 관계자는 "특히 일반 투자자 대상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소프트웨어 익스포저가 높은 펀드가 흔들렸던 것"이라며 "기관 LP 중심의 폐쇄형 사모대출 펀드 전체가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사모대출의 고성장 국면은 꺾였지만 기관투자자 자금은 여전히 시장을 받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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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LP와 운용사 모두 리스크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만큼 펀드런 공포가 재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이 사모대출을 '안전한 채권 대체재'가 아니라, 선별과 구조 관리가 중요한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LP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다수 차입 기업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이자 부담을 감내하면서도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며 "사모대출은 여전히 의미 있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군인 만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기보다는 더 면밀하게 리스크를 확인하고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펀드런' 넘긴 사모대출, 공포에서 점검 국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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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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