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신고가 소식이 이어지던 지역에서,
최근에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가격을 낮춘 거래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는 5월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나면서, 시장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1억 낮춰서 팔렸다"…강남권 실거래 변화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경남아너스빌 전용 84㎡는 이달 13일 15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최고가 16억원과 비교하면 1억원 낮은 가격입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 역시
지난달 최고 실거래가 30억5000만원 대비 7000만원 낮은 29억8000만원에 이달 12일 거래 신고가 올라왔습니다.
강남권에서 가격을 수천만 원, 많게는 억 단위로 낮춘 거래가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다만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당사자 간 계약 체결 이후 실제 신고까지 시차가 존재합니다.
최근에도 기존 최고가를 웃도는 '신고가' 사례가 여전히 나오고 있는 만큼
시장이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하긴 이른 상황입니다.
양도세 중과 앞두고 늘어나는 매물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가 그간 누렸던 세제 혜택을 거두고,
이른바 '버티는 비용'을 높이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있어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매물을 내놓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힙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42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최근 37억원짜리 매물이 등장했습니다. 매물 설명에는 '다주택자 급매'라는 문구가 붙었습니다.
같은 면적의 37억5000만원 매물에는 '다주택자 로얄동·층'이라는 설명도 달려 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호가를 수억 원 낮춰 내놓고 있지만 실제 거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매수 희망자의 90%는 호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즉, 매물은 늘고 있지만 거래는 신중한 상황입니다.
상승 폭 둔화…사실상 보합세
가격 지표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보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6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1% 상승했습니다.
한 주 전 상승률이 0.02%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합세에 가깝습니다.
서초구는 0.05% 상승했지만 전주 0.13% 상승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송파구도 전주 0.09%에서 0.06%로 오름폭이 둔화됐습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 폭(0.15%)과 비교하면 강남3구의 상승세가 확연히 약해진 모습입니다.
지난해 강남3구가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점을 떠올리면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입니다.
매물 40% 급증…'대기 물량' 쌓인다
매물 증가세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송파구 아파트 매매 물건은 4922건으로,
한 달 전(3526건)보다 약 40% 늘었습니다.
성동구는 50%, 서초구는 22%, 강남구는 16% 증가했습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매물에 더해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이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물량이 시장에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큰 폭 하락은 아닐 것" 전망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가격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급락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9일까지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이 내리고 물건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강남3구 전체 매물이 쏟아지는 게 아니라 일부 다주택자 물량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큰 폭의 하락 전환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이 내리면서 다른 지역이 따라 내린다기보다는
다주택자가 집을 우선 처분하려는 지역에서 물건이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