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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12분의 1, 길 위에서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시민이 통근이나 통학에 쓰는 시간은
편도 평균 34.5분으로, 왕복하면 1시간이 훌쩍 넘습니다.
심지어 전체 시민 중 약 14%, 즉 100명 중 14명은 하루에 왕복 2시간 이상을 이동에만 쓰고 있었어요.
이 정도면 하루 24시간 중 12분의 1을 '길 위'에서 보내는 셈입니다.
아침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몸을 겨우 구겨 넣고, 퇴근길엔 이미 녹초가 된 채 집으로 돌아가는 패턴이 매일 반복됩니다.
조사에 따르면 하루 2시간 이상을 통근·통학에 쓰는 비율은 서울 외곽이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특히 높았습니다.
양천구는 서남권에 있고, 강동구는 동쪽 끝이라 주요 업무지구 접근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강북구와 도봉구는 북쪽 끝자락에 있어 도심이나 강남권으로 가려면 길게는 1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죠.
이 지역 주민들에게 통근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매일 아침 '작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도 같습니다.
길어지는 출퇴근, 무너지는 생활 만족도
미국 국립보건원(NIH)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통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정·사회생활 만족도가 떨어지고 직장에 대한 만족감도 낮아집니다.
단순히 '피곤하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장시간 통근은 신체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줍니다.
허리·목 통증, 비만, 혈압 상승,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까지 커집니다.
더 오래 가면, 더 적게 움직이고 덜 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이 주 5시간 이상 통근할 경우
신체 활동 부족과 수면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동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평소 걷거나 운동할 시간이 줄고, 퇴근 후에도 피로가 누적돼 저녁 활동이 크게 제한됩니다.
그 결과 체력은 떨어지고 체중은 늘기 쉽습니다.
게다가 늦은 귀가로 취침 시간이 뒤로 밀리면서 수면 시간이 짧아지고 깊이 잠드는 시간도 줄어듭니다.
수면 부족은 다음 날 집중력과 업무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면역력 저하·만성 피로·우울감까지 불러올 수 있습니다.
길 위에서 사라지는 돈 약 200만원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통근 1시간의 경제적 가치는 한 달 약 94만원.
왕복 2시간이면 매달 188만원을 잃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치솟는 주택 가격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장거리 통근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멀어지는 집, 길어지는 통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수도권의 도시 성장과 복잡화 그리고 주택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많은 사람이 직장과 멀리 떨어진 서울 외곽·경기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장거리·장시간 통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