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학폭, 태움, 사기… 분노의 방아쇠를 당기시겠습니까


넷플릭스 총기 소재 재난 스릴러 드라마 '트리거'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는 총기를 소재로 한 재난 스릴러다. 총기 청정국인 우리나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총과 탄알이 배달되면서 연쇄 총기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의 절반 이상은 사회적 약자다. 억눌린 감정을 배출하며 사회를 공포와 두려움 속으로 몰아간다.


알고 보면 미국의 문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민간인이 가진 총기는 2억7000만정에 달한다. 소유가 자유롭다 보니 관련한 강력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대학교와 중·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발생한다. 매년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약 3만명. 부상자도 10만명 이상이다. 20초마다 한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한다고 볼 수 있다.


각종 사건·사고에도 미국에선 지금도 총을 쉽게 구매하고 소지할 수 있다. K마트와 같은 대형 상점에 진열돼있을 정도다. 열여덟 살이 되면 사냥할 때 주로 쓰는 장총을 살 수 있다. 스물한 살이 되면 간단한 신원조회를 거쳐 권총도 가질 수 있다. 상당수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불법 총기를 암암리에 구매하기도 한다. 그 규모는 전체 총기 거래량의 40% 정도로 추산된다. '트리거'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대부분 정상적으로 총을 구할 수 없는 청소년이나 범죄 집단으로 흘러 들어간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스틸 컷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스틸 컷

원본보기 아이콘

돈만 있으면 총을 살 수 있는 美, 안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미국의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2022년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이 문제를 조명했다.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동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루며 손만 뻗으면 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자유방임의 원리, 즉 개인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총기 사건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트리거'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도 여기에 있다.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 고민하는 인물들은 위태로운 처지다. 고시생은 비좁은 고시원 방에서 공부를 끊임없이 방해받고, 고등학생은 동네북처럼 학교 안팎에서 맞거나 괴롭힘을 당한다. 간호사는 업무 능력 향상을 명목으로 병원 내 선배들에게 인격을 모독당하고, 파출소장은 외동딸이 전세 사기를 당하고 목숨을 끊어 인생이 피폐해진다. 하나같이 우연히 주어진 총기를 지옥 같은 상황을 헤쳐나올 유일한 도구로 생각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스틸 컷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스틸 컷

원본보기 아이콘


범죄의 원인은 사회적 환경의 문제…총기 규제와 허용,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트리거'는 위험한 가정을 통해 총기 사건과 폭력 범죄의 원인을 개인보다 사회적 환경에서 찾고자 한다. 특히 승자와 패자, 능력의 우열을 구분하며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강요하는 실태를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한다. 갖가지 문제가 공공연하게 드러났음에도 권위적인 질서와 규칙에 따라 약자를 판단하고 길들이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총기 규제와 허용 문제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두 갈래의 집단이 부딪히는 형국을 펼치고 시청자에게 답을 미룬다. 화두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이 자기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다른 하나는 정부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를 막기 위해 개인의 총기 소유를 규제할 권리가 있느냐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스틸 컷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스틸 컷

원본보기 아이콘


무장권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 vs 총기 소유를 막는다면 범죄도 감소

총기 소유 지지자들은 개인의 무장권이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처럼 자연권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현대 사회에서 범죄가 큰 위협이 되고 있어 강도, 강간, 폭행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총기를 규제하면 오히려 선량한 사람들만 범죄자로부터 피해를 볼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총기의 통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높은 범죄율과 매년 총기에 따른 수많은 사상자를 언급한다. 살상 대부분이 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총기 구매나 소유를 막는다면 범죄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논쟁이 가장 활발한 미국은 국민의 무장권이 수정헌법 2조에 명문화돼 있어 총기를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총기 소유와 휴대에 제한을 가하기 위해서는 헌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 다수가 원하면 고칠 수 있겠지만, 여론의 벽도 높은 편이다. 각종 조사에서 전체 미국인의 60% 이상이 개인의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여전히 총기 규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