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 빈자리 채운 카니
'반트럼프'로 지지 세력 결집
과반 의석 확보엔 실패
28일(현지시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승리하며 집권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자유당은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반전 드라마'를 써내는 데 성공했다.
캐나다 공영 CBC 방송, CTV 뉴스 등은 이날 투표 종료 후 자유당이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해 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CTV 뉴스는 이날 자정 무렵 기준으로 자유당이 제1당의 지위는 유지하나 과반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유당은 하원 전체 343개 의석 중 156개 지역구에서 당선 또는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야당인 보수당이 145개 지역구에서 당선 또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CTV는 전했다. 과반 의석 달성을 위해서는 172석이 필요하다.
과반 의석 확보엔 실패했지만, 자유당은 승리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9년여간 이끌어 온 자유당은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불만으로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여왔다. 더군다나 올 초까지만 해도 제1야당인 보수당은 집권 자유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20%대로 벌리며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차기 캐나다 총리가 되는 게 유력해 보였다.
이와 함께 관세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병합 위협이 캐나다인들의 반미 감정을 부추긴 게 총선에서 자유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및 주권 위협에 맞서며 캐나다가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일부가 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애국심을 결집시켰다. 반면 보수당 대표 포일리에브르는 그동안 만들어진 '캐나다의 트럼프'라는 이미지에 발목이 잡힌 채 지지 기반이 약화됐고, 경제 위기 국면에서 안정감을 주지 못한 게 결정적인 패배 요인으로 작용했다.
카니 총리는 유례없는 외교·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재집권함으로써 관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산적한 국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정치 경험이 없는 데다 대중적인 지명도도 상대적으로 낮았던 그는 트뤼도 전 총리의 정책 기조와 거리를 두면서 경제전문가로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위협 대응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지도자임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신뢰를 샀다. 2008년 2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비교적 성공적으로 캐나다 경제를 방어해 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또 지난 2013∼2020년엔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를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도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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