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독거노인 안전도 지키는 '사랑의 도시락'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도시락 배달하는 고경진씨의 하루
배달한 도시락 사라질 때 '안심'
그대로 있으면 위험신호로 감지

2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강북구 번동 주공아파트.


출근시간이 지나 주민들 발길은 뜸한 이곳에서 고경진(57)씨가 분주하게 아파트 단지 곳곳을 누비며 "배달 왔습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고씨는 고독사 위험군에 속한 중장년층에 밑반찬을 지원하는 '기운찬 도시락'과 돌봄이 필요한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돌봄SOS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고씨가 배달하는 도시락은 서울 강북구 번동과 미아동 내 1인 노인·저소득·은둔가구 등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빌라, 고시원 문 앞에도 놓인다. 양손에 도시락을 든 고씨는 11층과 8층 배달을 끝낸 뒤 쉴 틈도 없이 차량 트렁크로 달려갔다. 그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땀 범벅이 됐다.

24일 오전 고경진씨(57)가 서울 강북구의 취약가구를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박승욱 기자

24일 오전 고경진씨(57)가 서울 강북구의 취약가구를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박승욱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과 음료 배달사업은 상당수 지자체가 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올해 저소득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건강음료 배달사업'을 전 연령으로 확대했고, 강원 춘천시에서는 '어르신 안부 묻는 우유배달 사업' 대상자를 100명에서 150명으로 늘렸다.


1인 취약가구는 매년 늘어난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집계한 기초생활수급 보장 1인가구만 3월 기준 올해 141만명으로 2023년 125만명, 2024년 139만명에 비해 증가했다. 통계가 없는 고립·은둔 1인가구까지 포함하면 취약가구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락 등 배달 사업은 취약가구의 고독사 위험 예방 차원도 있다. 전날 놓아둔 도시락이 그대로 있다면 위험 신호다. 고씨는 "주로 배달하는 집이 독거노인이나 은둔가구가 많은데,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그러면 곧바로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을 취해 상황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고씨는 주말을 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도시락을 배달한다. 점심시간 전에 다 배달하려면 쉴틈이 없다. 고씨는 "강북구 곳곳을 다니기 때문에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뛰지 않으면 시간 안에 배달을 못 마칠 수 있다"며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24일 오전 고경진씨(57)가 서울 강북구의 취약가구를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박승욱 기자

24일 오전 고경진씨(57)가 서울 강북구의 취약가구를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박승욱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취약계층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가는 탓에 고씨의 차는 생채기 투성이다. 고씨는 "빌라나 원룸이 몰린 곳들은 길목이 좁아 차량 관리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며 "도시락을 배달 받는 분들은 아파트보다 한곳씩 방문해야 하는 빌라에 사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느덧 배달 5년차. 고씨는 "지난해 말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직접 목격했을 때는 '내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면서 "당시 금요일 배달을 했는데 그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도시락이 그대로 있었고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결국 …"이라고 했다.


고씨는 배달 후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적힌 쪽지가 문 앞에 붙을 때 힘이 난다고 했다. 고씨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감사를 표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이날 고씨의 도시락 배달은 오후 12시50분께야 끝이 났다. 다행스럽게도 전날 문 앞에 배달한 도시락이 모두 사라진 것도 확인했다. 고씨는 미소지으며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할 수 있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