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10여차례 추가할 수도"
2차 공판, 軍 간부-尹 측 공방
김형기 "사람에 충성하지 않아"
발언권 얻은 尹 "계엄령 칼과 같아, 칼 썼다고 살인으로 봐선 안 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형사재판이 연말까지 최소 28차례 더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1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올해 공판 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당초 46차례 추가 기일을 잡겠다고 양측에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이 18차례 기일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일단 연말까지 28차례 공판을 여는 것으로 했다. 매달 3~4회 꼴이다. 재판부는 추가로 10여차례 기일을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혀 공판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21일 공판에서는 증인으로 나온 군 간부들이 윤 전 대통령 측과 공방을 벌였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 '국회 경내로 들어가서 국회 출입 인원을 통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윤 전 대통령 측이 "인원을 모두 다 끌어내라는 추가 지시를 전달했다고 하던데 여기서 인원은 국회의원이냐, 일반인이냐"고 묻자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인원은 없다"고 했다. 김형기 특전사 1특전 대대장도 "이상현 제1공수여단장으로부터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대통령으로부터 듣기를 문짝 부수고 유리창 깨서라도 국회의원 끌어내란 지시를 받았다'고 전달받았다"고 했다.
김 대대장은 증인신문 말미에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재판부에 발언을 요청했다. 그는 "23년 동안 군 생활을 했는데, 과거에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한 가지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해 왔고 그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국정감사장에서 한 발언을 빗대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공판 내내 표정에 변화가 없던 윤 전 대통령은 이 발언이 나오자 김 대대장을 응시했다. 김 대대장은 이어 "우리 군이 다시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게 제 뒤에 앉아 계신 분들(기자들)께서 우리 군을 감시해달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계엄령은 칼과 같다"며 "칼을 썼다고 무조건 살인이라는 식으로 도식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계엄으로 인해 민주헌정질서가 무너졌는지, 장기 독재 친위 쿠데타라는 게 증명됐는지를 따져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14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계엄령은 그 자체로 가치 중립적 법적 수단"이라고 한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재판부가 내란죄에 포인트를 맞춰서 법리와 로직을 세워놓고 재판하면 굳이 증인 신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가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내란죄의 실체적 법리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명확히 갖고 있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