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K컬처 전방위 지원 공약
실현 위해선 실행력·지속성이 핵심
정부, 창작자의 '공동 기획자' 돼야
"문화강국,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로 거듭나겠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가 최근 발표한 문화예술 공약은 대담한 수치와 명확한 방향성으로 눈길을 끈다. 그는 K푸드, K뷰티, K팝, K드라마, K웹툰 등 K컬처 전반의 세계 시장 진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2030년까지 문화산업 시장 규모를 300조원, 문화 수출을 50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도 제시했다.
이 전 대표의 구상은 그간 민간 주도와 일부 스타 콘텐츠에 의존해온 K컬처 성장 모델을 더욱더 체계적이고 공공 주도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창작 전 과정에 대한 국가 지원 강화, 콘텐츠 플랫폼 육성, 버추얼 스튜디오 등 제작 인프라 확충과 문화예술 연구개발(R&D),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정책 수단도 포함됐다. 특히 웹툰 산업을 주요 산업 범주에 포함시켜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진짜 과제는 그다음이다. 정치권은 지금까지도 '문화강국'을 외치며 크고 작은 공약을 수없이 쏟아냈다. 그런데도 문화예술인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약이 정책으로, 정책이 실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약을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실행력,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정부의 의지다.
오늘날 K컬처는 단순한 유행이나 문화상품을 넘어 국가의 경제적·외교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콘텐츠 수출은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며, 글로벌 사회에서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이는 곧 '문화의 경제화'이자 '외교의 문화화'다. 다만 이러한 가능성은 창작자가 안정적으로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실제로 창작비와 창작 공간 지원, 인문학 진흥, 불법 유통 대응 등 창작 생태계 전반에 대한 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산업적 관점을 넘어 문화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보호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재정 확보, 실행 주체의 전문성, 민관 협력의 실질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더욱이 K컬처는 지금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직면해 있다.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은 국경 없는 콘텐츠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번역·생성 기술은 문화의 고유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K컬처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선 단순한 수출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콘텐츠 기획력부터 산업 구조, 플랫폼 지배력, 현지화 전략까지 포괄하는 고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 정치의 역할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창작자와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공동 기획자'가 돼야 한다. 단기 성과 중심의 예산 배분이나 일회성 프로젝트 지원이 아닌, 장기적 안목의 정책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문화강국은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는 누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치밀하게 지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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