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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미래]쇠락한 전자제품 메카 '용산전자상가' 新산업 혁신지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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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도약 준비하는 용산
1987년 조성된 용산전자상가
온라인 플랫폼 성장하며 쇠퇴
전자상가 매장 창고·사무실로 쓰여
오세훈 시장, 국제업무지구 연계 전략 제시
재개발 때 신산업 유치 비율 30% 의무화
국제업무지구 대기업 등과 시너지 기대

편집자주'금단의 땅'을 품고 있던 용산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용산미군기지는 국민 모두의 공간인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했고 대통령실 이전으로 대한민국 권력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개발 계획도 본격 시작됐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 확대 요구도 이어진다. 서울 한복판, 남산과 한강을 잇는 한강 변 '금싸라기 땅'임에도 낙후된 주거지를 여전히 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서울이 권력과 기업,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용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나진상가 12·13동에 재건축과 철거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나진상가 12·13동에 재건축과 철거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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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건물은 철거 후 재건축할 예정입니다.’ 서울 용산역 뒤편에 드래곤시티를 지나 용산전자상가에 도착하면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나진상가 12, 13동이 보인다. 1981년 준공해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주로 다루던 집단상가다. 지금은 대다수 상인들이 퇴거해 내부는 텅 비어 있고, 재건축을 알리는 현수막과 함께 건물 주변에는 펜스가 둘러처져 있다. 이 건물을 오가는 사람들은 용산역으로 이동하는 행인이 대부분이다. 이곳에 있던 상가 세입자들은 용산 내 다른 상가나 가산, 파주, 김포 등 타지역으로 옮겨갔다.


#. 용산전자상가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선인상가 21동 1층, 전자제품을 구입하려는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창고인지 매장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매장들이 대다수였고 가게 셔터를 내린 채 모니터 화면만 응시하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조용한 상가에 택배 상자를 싸기 위해 테이프 뜯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2층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중고 노트북 판매점에는 10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형형색색으로 가격을 적어둔 노트북들이 전시돼 있다.

평일에도 인적이 드문 선인상가 21동.

평일에도 인적이 드문 선인상가 2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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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물시장에서 전자상가로, 최종 목표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용산전자상가가 용산과 서울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새로운 장소로 바뀔 준비를 하고 있다. 1987년 조성된 용산전자상가는 PC, 게임, 휴대전화, 가전제품, 음향기기 등 전자제품의 메카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용산전자상가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전자상가 상인들도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면서 창고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개발전략을 발표하면서 용산전자상가는 명성과 추억을 딛고 새로운 위상을 정립할 기회를 맞았다.


용산전자상가의 현재와 과거

1980년대 초 용산은 낙후지역이었다. 1960년대에 조성된 용산청과시장이 가락동으로 이전하면서 청계천 세운상가에 있던 전자제품 판매점들이 용산으로 이전해 왔다. 1985년 4호선 개통, 용산역 북부역 신설에 힘입어 전자상가 조성 사업도 속도를 냈다. 전자제품 판매상들이 용산으로 모였고, 개인용 PC와 휴대전화 등 전자산업이 성장하면서 30년 가까이 전성기를 누렸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전국 각지에서 컴퓨터나 전자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용산으로 몰렸다. 전자상가가 호황일 때는 폭리를 취하거나 지나친 호객·강매도 빈번했다. 이 같은 판매상들을 지칭하는 ‘용팔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여러모로 불편한 용산전자상가와 멀어졌다. 용산전자상가는 산업구조와 기술 발전, 소비 행태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선인상가 1층 곳곳에 셔터가 닫혀있거나 공실인 상가들이 있다. 복도에는 판매하려는 물품들이 포장된 상태로 쌓여있다.

선인상가 1층 곳곳에 셔터가 닫혀있거나 공실인 상가들이 있다. 복도에는 판매하려는 물품들이 포장된 상태로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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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 지난 현재, 용산전자상가 일대는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는 전자랜드 본관과 별관, 원효상가, 나진상가 10·11, 12·13, 14, 15, 17·18, 19·20동, 농협, 선인상가 등 11개 구역으로 나뉜다. 가장 오래된 건물은 1969년 준공된 나진상가 17·18동과 19동이다. 특히 나진상가는 토지와 건축물을 모두 단일 소유주가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재개발 추진 속도가 빠른 편이다. 원효상가는 서부T&D와 131명, 선인상가의 토지는 국토부와 선인산업, 건물은 1300여명이 공유 지분을 갖고 있다.

개발 계획과는 별개로 원효상가나 선인상가에서 임차인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상가가 노후되고 저가로 승부하는 중국 플랫폼이 국내로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매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져서다. 선인상가 인근 A공인 대표는 "요즘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니까 상가를 사무실이나 창고로 쓴다"며 "월세가 평당 10만원 수준인데 임차인이 나가면 임대인이 관리비를 내야 하니 월세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임차인이라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등을 발표해도 아직 상가 투자 수요는 많지 않다. 신계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경기도 나빠지고 알리나 테무 같은 쇼핑몰이 나오니까, 중국에서 수입해서 팔던 상인들이 이제 창고 역할로 쓰던 상가를 빼거나 가게를 접고 있다"며 "임대 수익이 안 나오니까 매수 문의도 별로 없다. 직원을 줄이고 더 싼 곳으로만 가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전자상가의 미래, ‘신산업’ 불어넣는다
용산전자상가 건축물 등 소유 현황

용산전자상가 건축물 등 소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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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전자상가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했다. 보존 위주의 도시재생을 추진했던 전임 시장과 대비되는 행보다. 오 시장은 지난해 6월 용산전자상가와 국제업무지구를 연계한 개발전략을 내놨다. 인공지능(AI)과 ICT 기반 신산업을 육성해 일자리와 주거, 여가생활까지 가능한 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오 시장은 정비창 부지와 전자상가를 "새로운 용산 시대를 열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했다.


서울시는 용산을 서울 도심(광화문·시청)과 한강·여의도를 잇는 국제업무중심으로 키우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싱가포르나 도쿄처럼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을 유치하면, 이들과 함께 성장할 스타트업·벤처 등 혁신기업 등을 유입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 연계전략 조감도

용산전자상가 연계전략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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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판매 기능에 국한했던 전자상가는 업무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시는 사업자들이 오피스와 주거, 상업 기능을 아울러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부지별로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가장 먼저 재개발을 추진한 나진상가 12·13동(특별계획구역5)을 소유한 서부T&D는 최근 서울시에 세부개발계획 결정을 위한 심의를 접수했다. 시 관계자는 "나진상가 12·13동, 11동, 19·20동도 재개발을 위한 단계들을 추진 중이며 대부분 업무시설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곳에 혁신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신산업혁신 용도’ 비율을 30%로 정했다. ICT 기업과 소프트웨어,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 지원시설 등을 유치하도록 의무화하되 산업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세부업종을 변경하게끔 허용한다. 산업 용도를 지정하는 대신 용적률을 완화해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공공임대산업시설과 공공임대상가 등을 기부채납하도록 유도한다. 사업성을 높여주는 대신 공공성을 확보해 기존 상인들의 재정착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최고 25~30층 높이의 업무시설과 오피스텔, 상업시설을 갖춘 건물들로 전자상가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게 된다. 건물 저층부는 개방해 시민들이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계획했다. 국제업무지구로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입체보행교를 설치하고 청파로변의 유수지를 활용해서 공원 축도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사업이 시행되는 만큼 국제업무지구보다 전자상가에 새로운 건축물이 먼저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입체보행 네트워크로 전자상가를 용산역, 국제업무지구까지 연결하면 국제업무지구의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새로운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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