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결정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
올 물가상승률 둔화 예상
4분기 돼야 목표 수준 근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 사태 등 해외 리스크가 완화됐다"며 "현시점에서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동안 금리를 3.75%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2명이 3.50%로 유지하자고 했으나 이번에는 5명 모두 3.50%로 유지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렇다고 당장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에서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유가 안정 여부, 소비가 경기 예측대로 갈지, 무엇보다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8차례 연속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이날까지 8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햇수로는 1년째다.
한은이 1년째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3%대를 기록하며 한은 목표치인 2%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 3.4%를 기록한 후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물가상승세가 뚜렷하게 잡혀야 긴축기조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오는 4분기 이후에나 목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과 유럽 등지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기후변화 위험성 등도 커져 여전히 물가 불안 요인이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국내 물가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겠지만 누적된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3%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연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에 전망했던 2.6%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긴축을 이어가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년 전보다 10조1000억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8%에 달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95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주춤해졌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다시 부채가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는 물가안정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등에 달려있다고 봤다. 현재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일부 반영된 수준까지 내려왔다. 다만 상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한은이 원하는 수준까지 내려오기 어렵고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봐야 해서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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