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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화장실서 1시간 샤워… 문연 경찰에 스프레이 분사[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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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여세요." "나오세요."

지난 2월19일 출근 시간대. 서울 서초구 지하철 9호선 사평역 내 화장실 앞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오전 7시30분쯤 캐리어를 끌고 장애인 화장실로 들어간 A씨(66)가 수십분째 나오지 않아 역무원이 경찰을 불렀기 때문이다.


출동한 경찰관이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면 나와달라"고 요청했지만, A씨는 "샤워 중이다" "씻는 중"이라며 거듭 거부했다. 급기야 "너희는 가짜 경찰"이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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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들어간 지 1시간가량 지났을 무렵, 내부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멈췄다. 문 바깥으로 비치던 A씨의 실루엣도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을 우려한 경찰관은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 문을 강제로 열었고, 속옷만 입은 채 우두커니 서 있던 A씨와 대면했다.

경찰관이 "옷을 입어달라"고 요구했을 때, 갑자기 A씨가 갖고 있던 '녹 제거용 스프레이'를 분사했다. 이를 얼굴에 맞은 경찰관은 눈과 호흡기에 통증을 호소했고 역무원이 급하게 물수건을 찾아 갖다주기도 했다.


결국 A씨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수사기관은 "위험한 물건을 들고 경찰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은 "'씻고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관들이 화장실 문을 강제로 열었다. 정당하고 적법하게 공무를 집행한 게 아니므로, A씨의 행위는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1시간 샤워 소동'을 일으킨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변호인의 '정당행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동 경찰관들은 A씨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 상태를 확인하고 보호하려고 현장 관리자인 역무원에게 화장실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정당하고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범행에 대해선 국가의 법질서를 확립하고, 공권력을 업신여기는 풍조를 뿌리 뽑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A씨가 뿌린 스프레이는 가연성 물질이고 흡입할 경우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등 위험성이 높다. 2020년 특수협박죄로 형사 처벌을 받기도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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