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성, 2022년분 특별부담금 '0원' 책정
결국 국민 부담…전기료 인상 가능성도

일본 경제산업성이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배상 명목으로 도쿄전력이 내는 특별부담금을 올해 '0원'으로 책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도쿄전력이 적자에 돌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인데, 도쿄전력이 내는 돈이 적어지면 사고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가 지급해야 해 결국 국민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높은 전기료로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인 도쿄전력이 돈을 안 내는데 국민이 이를 부담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31일 올해 도쿄전력이 지급해야 하는 지난해분 특별부담금을 0엔으로 인가했다. 사고 발생 후 10년 만에 '부담금 제로'를 허가한 것이다. 특별부담금은 도쿄전력이 단독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배상금 명목이나 마찬가지다.

경산성이 이유로 든 것은 도쿄전력의 적자다. 도쿄전력은 연료비 급등으로 인해 지난해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3월) 순익이 -3170억엔(3조1277억원)으로 예상돼 적자 전환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단은 지난해 특별부담금을 0원으로 책정했고,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이 지난달 31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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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성은 관련 시행령에서 '(특별부담금은) 회계적 기초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높은 금액을 책정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2017년 세코 히로시게 당시 경제산업상은 국회 답변에서 "(도쿄전력의) 이익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자일 경우 사실상 도쿄전력의 배상금 지급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도쿄전력은 일반부담금과 위탁운송료 가산분은 부담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배상금 출자 구조를 도쿄전력만 지불하는 특별부담금, 도쿄전력 등 원전을 가진 대형 전력 9개 사와 일본원연(日本原燃), 일본 원자력 발전이 합쳐서 부담하는 일반부담금으로 나눠 받고 있다. 이번 일반 부담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1946억엔(1조92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복구와 배상 등에 7조9000억엔(77조8529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중 5조5000억엔(54조2140억원)을 특별부담금과 일반부담금으로 충당한다.


경산성은 당초 특별부담금과 원자력 사업자들의 일반부담금으로만 복구와 배상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 비용이 해마다 늘어나자 지난 2020년부터 송전선 사용 비용을 명목으로 위탁운송료를 받기 시작했다. 원전을 보유하지 않은 신 전력회사도 돈을 내야 하므로, 결국 광범위한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고스란히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대형 전력사들이 일제히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호소하면서, 원자력 사업자들이 내는 일반부담금의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비영리단체 원자력 자료정보실 등에 따르면 2021년도 일반부담금은 1337억엔(1조3178억원)으로 1630억엔(1조6064억원)이던 2020년 대비 293억엔(2887억원)이 줄었다. 이는 모두 대형 전력사가 부담했어야 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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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후쿠시마 복구와 오염수 방출을 일본 정부가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도쿄전력이 돈을 내지 못하는 만큼 일단 국가가 이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배상금은 먼저 정부가 출자한 지원기구가 부담하고 전력회사가 이후에 상환하는 구조로 돼 있다. 기구 부담하는 부분은 국채로 충당하고 있으며, 금리는 국가가 부담하고 있어 상환이 늦어질수록 지급이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결국 전기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마츠쿠보 하지메 원자력자료정보실 사무국장은 "경영이 어려워도 자진 납부는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국민 부담도 발생하는 상황에서 도쿄전력이 특별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배상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담금 결정 방식 등 애초에 배상 제도 자체에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전체적으로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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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산성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적자 발생 시 특별부담금은 ‘제로’였다. 불공평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아사히에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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