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고금리 특판의 유혹…공시 살피는 예테크족
SVB사태-부동산PF로 경각심 커진 예테크족…공시보며 ‘신중’
상호금융기관의 특판 상품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기관 뱅크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위기설로 불안감이 커진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보며 건너자’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최고우대금리 기준 3.37~3.50%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대금리를 배제한다면 사실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3.5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저축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 상단은 4.5%(CK저축은행)였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은 5%, 저축은행은 6%, 상호금융기관은 그 이상의 금리를 제공했던 것과는 천지 차이다.
아직 5%를 넘는 고금리 예금, 또는 특판상품을 종종 선보이는 것은 지역 농·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이들의 평균 예금금리는 4.51%(상호금융)~4.95%(새마을금고)로 은행(3.54%)이나 저축은행(4.14%) 대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예테크족은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 0.1%포인트의 금리차에도 발 빠르게 자금을 옮겼던 것과 달리, 최근엔 직접 경영공시를 찾아 기관의 BIS 자기자본비율, 유동성 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의 지표를 꼼꼼히 살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박준영씨(33)도 최근 연 5.7%의 금리를 제공하는 A 상호금융기관의 예금상품 가입을 검토했다가 그보다 낮은 5.4%를 주는 B기관의 예금상품을 선택했다. B기관의 예금상품 금리가 조금 더 낮지만, 경영평가 등급(1등급)이나 유동성 비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단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경제·금융 분야엔 문외한이라 경영공시에 나오는 세부 지표가 의미하는 내용을 전부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A기관은 경영평가 등급도 2등급인데다 유동성 비율도 낮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B기관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테크족들이 신중해진 것은 SVB에서 벌어진 뱅크런 사태와 함께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PF 부실을 우려하는 안팎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리 비교 사이트 마이뱅크에 따르면, 전 금융기관 상품 중 금리 상위 1~30위는 모두 대구지역 새마을금고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는 미분양 주택이 1만3900여가구(2월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금리 상위권 금고 중엔 부동산 집단대출과 관련해 대출금 회수에 난항을 겪는 곳도 있다.
최근 시중에서 퍼지는 잇단 ‘괴(怪)소문’도 금융소비자들을 신중하게 하는 요소다. 최근엔 선이자 예금상품을 출시한 토스뱅크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바 있다. 전날엔 ‘OK·웰컴저축은행에 1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부실이 발생해 지급정지가 될 예정이다’라는 내용을 담은 괴문자 메시지가 돌며 금융당국까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무엇보다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중요한 산업으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기관이나 투자자들도 시장이 좋지 않을 땐 조그마한 리스크 요인이나 소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문 등에 불안감을 갖기보다 꼼꼼히 여러 지표를 살펴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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