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삭제 지시 無" vs "수차례 지시 有"

이태원 핼러윈 축제 관련 보고서 삭제 교사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양측이 공판준비기일에서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과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영장이 청구된 경찰 간부 4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해 12월5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과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영장이 청구된 경찰 간부 4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해 12월5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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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일 오전 10시30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는 박 전 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용산서 정보과 직원 곽모씨 등 3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심리를 하기 전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와 증인에 대해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이들 3인은 이날 직접 출석했다.

문제가 된 삭제 보고서는 용산경찰서에서 생산된 보고서 총 4건으로, 서울경찰청에 보고된 SRI(특별첩보요구·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 보고서도 포함돼있다. SRI는 상급청 정보조직이 일선 경찰서에 자료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보고서 형태로 회신받는 시스템이다. 검찰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이 공모해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판정에서 박 전 부장 측은 보고서 삭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과장 측은 반복적인 박 전 부장의 보고서 삭제 지시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부장 측은 “1건의 보고서에 대해서는 삭제 지시를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나머지 3건에 대해선 삭제 지시한 사실이 없고 ‘제출을 하지 말자’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과장 측은 “1건의 보고서는 이미 압수수색 영장 집행으로 압수가 돼 증거로 제출됐기 때문에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공용전자손상교사와 관련해서는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 또는 권한이 있는 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삭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안이다”고 밝혔다. 앞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박 전 부장의 반복적인 지시를 받았기에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과장 변호인은 “박 전 부장은 김 전 과장에게 자신의 지시가 경찰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전 과장은 메신저와 전화를 통해 반복적으로 박 전 부장의 지시를 받았고, 지시가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곽씨 측은 입장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핼러윈데이 기간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하고, 이를 이행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부장은 지난해 11월2일 메신저를 통해 김 전 과장 등 일선 정보과장들에게 핼러윈데이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수 있다는 내용의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과장 역시 부하직원인 곽씨에게 업무용 PC에 저장된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당초 이들에 대한 재판은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강성수 부장판사)에서 진행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3일 2차 공판준비기일 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5명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형사11부로 이관됐다. 박 전 부장과 이 전 서장 등에 대한 사건의 증거기록이 상당 부분 겹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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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4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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