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제로 발령…사건 7분 뒤 현장도착했지만
차량번호 특정 3시간넘어 다른 지방청 협력구해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돼 살해된 사건은 경찰 수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늦은 공조수사로 화를 키운 데다, 결과적으로 인질로 붙잡힌 피해 여성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향후 경찰 수사를 둘러싼 비판여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발생의 재구성…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께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역상동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 여성이 납치됐다. 112 신고는 3분 뒤 접수됐다. 경찰도 가장 위급한 단계인 '코드 제로(긴급출동)'를 발령하고 사건 발생 7분 뒤인 오후 11시53분께 납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최초 신고자를 만나 목격 내용을 청취했다. 이후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점검하고 출동 40분 만인 0시33분께 차량 번호를 확인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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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서울시내 차량 수배가 0시56분께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범행 차종을 다르게 진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량 번호를 확인했지만 차종이 달라 차량을 특정하고 수배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다.


경찰은 부실 대응은 이후 가중됐다. 지난달 30일 04시23분께 경기남부청 등에 '코드 제로' 대응을 요하는 공조를 요청했다. 전국에 공유되는 수배 차량 검색시스템에 차량 번호를 등록한 것도 오전 4시57분께였다. 차량 번호를 특정한지 3시간이 훌쩍 넘어선 시점에서 다른 지방경찰청에 협력을 구한 것이다.

경찰은 이 3시간 동안 범행 차량의 동선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범행 차량의 동선을 포착하기 시작한 건 수배 차량 검색시스템 등록 이후부터로 전해졌다. 애초 범행 차량이 일찌감치 서울시내를 빠져나갔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 절차를 진행해야 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던 셈이다.


실제로 피해자를 태운 차량은 서울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신고가 들어온 지 약 20분 뒤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다시 10분 뒤엔 영동고속도로 마성 나들목을 빠져나갔다. 0시41분께에는 국도를 통해 용인을 지났고, 평택을 거쳐 시신이 발견된 대전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이날 오전 6시 전후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을 납치 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긴급 체포된 가운데, 31일 오후 유기한 시신이 발견된 대전 대덕구 대청호 인근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짐을 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여성을 납치 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긴급 체포된 가운데, 31일 오후 유기한 시신이 발견된 대전 대덕구 대청호 인근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짐을 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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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수·김광호 등 지휘부 어떤 지시했나

관할 경찰서장인 백남익 수서경찰서장과 서울 치안 총 책임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이튿날 오전에 발생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30일 오전 7시를 전후로 관련 첫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보고 받은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 지휘부가 늦은 첫 보고를 받은 뒤 어떤 지시를 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이들이 어떻게 수사진행 사항을 지휘하고 수사보고를 받았는지는 향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상 국수본부장은 경찰의 수사에 관해 각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및 수사부서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다. 시도경찰청장은 수사 인력과 지도 등을 통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35시간 만인 31일 오전 10시35분께 피의자 1명을 경기 성남시의 한 지하철 역사에서 붙잡았다. 이후 공범 2명을 같은날 오후 1시15분께 인근 모텔에서, 오후 5시4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각각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확인 중이다.


그러나 인질이 살해된 이상 경찰 수사를 향한 비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의 형사사건은 범죄혐의자 검거를 최우선으로 하고, 이후 증거 수집과 범죄사실 증명이 이뤄지면 종결되지만 납치사건은 인질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패한 수사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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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들 피의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3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들을 구속하는 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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