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에 우는 서민]②'9억5000만원 피해, 범인 잡아도 환수는 0원'
피해 회복 '뚝', 자산 가격 하락 영향도
경찰청 "재범 차단과 피해 회복에 노력"
보이스피싱, 가상자산 사기 등 우리나라에서 금융범죄를 당한 서민층은 범인이 잡혀도 금전 피해는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동부지검은 지난해 보이스피싱 조직원 총 30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피해자 23명에게서 총 9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챘으나, 범인 검거와 별도로 이중 실제 환수된 금액은 전혀 없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역시 지난달 악성앱을 사칭해 61억원을 챙긴 보이스피싱 일당을 검거했으나 범죄수익은 환수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등 서민들을 노리는 금융 범죄가 늘고 있지만 수사 당국의 범죄수익 몰수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등 불법행위 피해액 1조192억원 중 보전된 금액은 4389억원으로 전체의 4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액 중 보전된 재산가액 비율은 2019년 9%, 2020년 38%, 2021년 27%으로, 서민층 등의 피해가 절반 이상 회복된 해는 없었다. 지난해 보전된 재산은 종류별로 가상자산이 1538억원(35%)이었고, 부동산(1493억원·34%), 예금채권(1049억원·24%)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총책의 해외 거주, 점조직 구성, 차명계좌 운용 등 금융범죄는 계속 고도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코인 등 가상자산까지 활용하기 때문에 실체 파악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벌어진 강남 여성 납치·살해 사건 역시 실제로 범인들이 검거되기 전 숨진 피해자의 코인 수십억원을 확보해 은닉했다면 환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검거해도 막상 범죄 수익금 환수는 부진함에 따라, 서민 금융범죄 수사를 실제 피해 회복에 중점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금융사기의 경우 총책이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에 상주하는 범죄자들은 국내에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A계좌에서 금전을 인출해 갑자기 B계좌로 입금하면 그 돈이 범죄수익금이라는 것을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수익은 반드시 돈세탁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찾아내서 서민들의 피해를 보전시켜주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며 "금융범죄를 저지르면 형사처벌로 끝내지 말고 서민들이 입은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돨 때까지 보상시키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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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형사사법 시스템은 범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금융범죄의 경우, 서민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소액이라도 잃은 자산을 되찾아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니만큼, 정부는 관련 인력 확충과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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