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인생을 성장시킨 시·말·책·영화
이정헌 전 JTBC 앵커가 전하는 말과 글에 관한 책이다. 고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의 인생을 성장시킨 사자성어, 시, 말, 책, 영화를 풀어냈다. 그는 "제가 깨달은 말과 글이 여러분에게도 꿈과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저는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저 자신을 낮추지 않습니다. 제가 살아온 길은 죽죽 뻗은 탄탄대로가 아니었습니다. 조금 천천히 가도 굽이굽이 돌아서 나의 길을 갔고 주변도 돌아보고 이웃도 돌아봤습니다. 제 인생은 앞으로도 탄탄대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 주변에 저와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이 직선 길보다 고즈넉한 곡선 길의 매력을 높여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어느 나무 전문가가 이런 말을 합니다. 곧게 뻗은 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가 좋아서 금방 잘려 나가고, 비틀리고 휜 나무는 그냥 산에 남아 있다고요. 그런데 아파트 조경 전문가는 다른 말을 합니다. 곧게 뻗은 나무는 예술적 가치가 별로 없는 나무이고, 비틀리고 휜 나무는 그 멋스러움이 예사롭지 않아서 비싼 아파트의 조경수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팔려나간다고 말이죠. 우리는 모두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각자의 길, 각자의 삶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제2장 시 한 구절의 힘, 박노해 ‘굽이 돌아가는 길’〉 중에서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을 경탄하는 자이다.”
문장 전체를 다 외우고 싶을 정도로 좋은 말입니다. 저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참 좋아하는데 저 구절도 앙드레 지드가 쓴 〈지상의 양식〉에서 발견했습니다. 인생을 꼭꼭 씹어 먹듯이 음미하는 자세가 느껴집니다. 우리 삶은 늘 힘들어서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놓칩니다.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앙드레 지드는 같은 책에서 “삶이라는 이 눈부신 기적에 그대는 충분히 감탄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사실 인생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시시한 것들의 반복인데 이 시시한 것들을 정말 시시하게 바라봅니다. 시시한 것들이 반복되니 사는 게 지겹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제와 똑같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그저께랑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늘 같은 커피를 마십니다. 그 시시함의 반복 속에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제3장 위대한 말의 힘,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중에서
2022년 성탄절 저녁 조세희 작가가 별세했습니다. 80세. 유신체제 말 무허가 주택 난쟁이 가족의 삶을 통해 도시 빈민과 약자들의 아픔을 그려냈던 분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추천으로 '난쏘공'을 읽고서 멍한 감정으로 하루를 꼬박 보냈던 그날이 생각납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불의한 체제에 맞서 분노할 힘마저 상실한 자신을 ‘송장세대’라고 얘기하신 분입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그분의 저항은 그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불의에 맞설 분노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순응과 무저항을 따끔하게 경고하는 말들이 날처럼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악이 자선이 되고 희망이 되고 진실이 되고 정의가 되는 것을 가장 증오합니다. 하지만 그런 숱한 악의 가증스러운 행위들이 우리를 숨 막히게 했던 게 사실입니다. 책은 70년대 유신체제를 비판한 글들이 많은데 지금 읽어도 따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그분의 정신만큼은 여전히 우리에게 살아 있다는 걸 확신합니다. 〈제4장 책에서 뛰어나온 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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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말의 힘 | 이정헌 지음 | 새빛 | 360쪽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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