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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 노숙자부터 대통령까지…15년간 길에서 만난 사람들

최종수정 2022.09.30 06:46 기사입력 2022.09.30 06:46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KBS ‘다큐멘터리 3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해 온 저자가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에게 배운 삶의 의미와 단단한 인생의 태도들을 정리한 책이다. 노숙자부터 대통령까지 15년 넘게 카메라를 들고 국내외 곳곳을 누비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 중 후회 없는 인생을 원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고르고 골라 이 책에 담았다. 단단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삶의 태도를 지녀야 좋을지,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지, 나와 타인, 내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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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나가고 나서 시청자로부터 암 환자를 응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때 나는 배웠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사람을 이용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사람을 배려하면서도 충분히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 할지라도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면 안 된다. 일도 결국 사람이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보다 사람을 앞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 것’ 중에서

“죽음이 어떤 의미로 느껴져요?”

“이 세상 일을 다한 거요. 자기가 할 일을 다한 거요.”

“할아버지는 그 ‘할 몫’을 다하고 떠나셨을까요?”

“네, 충분히 다하셨어요.”

사실, 큰 기대 없이 건넨 질문이었는데 아이의 말을 듣자 울컥 눈물이 올라왔다. 한 문장이었지만 명확히 삶의 의미를 관통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죽을 때 내 할 몫을 다하고 떠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나에게 할 일을 다하고 갔다고 해 줄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배운 죽음의 의미’ 중에서


어르신들은 외로워도 외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저희가 왕진을 가면 처음에 커피를 내놓지 않으세요. 진료를 마치고 일어서려 할 때 커피 한 잔을 주시죠.”

그러니까 그가 조금이라도 더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에 떠나기 직전에야 커피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커피를 다 마실 동안 좀 더 같이 있을 수 있을 테니까. 그는 모른 척 자리에 앉아 어르신이 내어 준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할머니가 의사에게 떠나기 직전에 커피를 주는 이유’ 중에서


참 괜찮은 태도 |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312쪽 | 1만6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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