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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극찬 받은 ‘작은 땅의 야수들’…“감동은 한국 문학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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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파친코 평가 받는 작품…미국으로 이민 간 김주혜 작가 호평

김주혜 작가. 사진제공=(c) Bitna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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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속. 극한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쫓던 사냥꾼이 호랑이 공격으로부터 일본인 장교의 목숨을 구한다. 이 만남으로 그들의 삶은 운명처럼 연결되고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질기게 얽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한반도의 역사를 수놓는다.


위 내용을 담은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북스)은 제2의 ‘파친코’로 호평 받는 작품이다. 저자는 9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 출신의 작가 김주혜(36). 지난해 미국 출간 당시 아마존 ‘이달의 책’에 올랐고, 여러 매체에서 ‘202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올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 간 그가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삼은 건 할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김 작가에게 독립운동가 할아버지는 필연적 작품 소재가 됐다.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장편을 쓰게 되면서 오래 전부터 듣고 자란 독립운동가인 외할아버지 이야기가 떠올랐다”며 “프롤로그에 나오는 장면은 엷은 황갈색 눈동자를 가진 할아버지가 무의식 속에 호랑이와 사냥꾼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기생이 눈에 띄는데, 여기에는 기생을 향한 부정적 통념을 삭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배어 있다. 김 작가는 “당시 기생은 여성운동에 기여를 많이 했다. 그들만의 문학잡지도 있었는데 글을 보면 가사에만 얽매이지 말고 자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다”며 “서양 문학에서는 기생이 선정적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들의 애국심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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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직후 미국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에 관해 그는 “미국에서 너무 심한 인종차별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미국 독자가 ‘이 책을 보고 울었다’, ‘한국을 알게 돼서 기쁘다’라고 말해주니 기뻤다”며 “소설은 전쟁, 사랑, 평등, 정의 등의 테마를 아이러니 없이 순수하게 다뤘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미국 작품에서도 보기 드문 내용”이라고 전했다. 심한 인종차별로 출판사를 그만두고 저술활동에 돌입한 김 작가는 “돈이 없어 4달러짜리 호박파이 하나 사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최근 ‘파친코’, ‘H마트에 가다’ 등 한국계 미국 작가들의 작품이 주목받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적 스토리텔링’을 비결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 스토리텔링에서는 등장인물을 흑백이 아니라 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어려운 상황과 곤경에 처하게 해서 독자가 이 사람을 응원하고 연민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콤플렉스가 있는 등장인물을 만드는 건 한국적 접근법”며 “뚜렷한 희노애락으로 감동을 주는 게 한국 문학의 철학”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제일 의식하고 격려 받고 싶었던 사람이 한국 독자들인데, 많은 격려를 해주셔서 사랑받는 기분이다”라며 “그런 사랑에 보답을 하기 위해 예술가로서 분발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차기작은 어릴 적 발레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구상중이다. 김 작가는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어느 발레리나의 예술 러브스토리”라며 “발레는 나를 드러내는 주제이며, 내가 사랑하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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