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인사②-관피아 해법] 민간 전문가 못 들어오는데… '공직 징검다리' 되는 로펌 고문
공직자 퇴직 후 3년 기업 취직 제한
이해충돌 방지 위해 규제 확대, 제도 개선 필요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정권 교체기마다 민간 전문가는 기용하기 어려워지고, 한번 공직을 맡았던 인물들이 또다시 후보군에 오르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퇴직 공직자의 이해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공직자 윤리법을 통해 이를 제한하고 있지만 되려 민간 전문가들의 공직 진입을 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직 관두면 민간 경력 단절·생계 유지 어려워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을 고려해 퇴직 후 3년 간 기업에 취직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민간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나가거나 생계 유지가 필요한 경우 공직 제안을 받아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장관 등 공직 제안을 고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차기 정부 구성 과정에서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 후보군으로 유력 검토됐지만 본인이 고사해 지명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임 전 위원장은 2017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취업제한이 풀린 2020년부터 법무법인 율촌 고문 등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 1~2년하고 다시 3년 취업제한에 묶이는데, 누가 선호하겠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장관직을 고사한 사람이 27명으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았다.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 관련 토론회에서 "요즘에는 장관을 하라고 하면 다 도망가는 세상이 됐다"고 외쳤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옛날보다 공직 제안을 거절하는 분이 훨씬 많다"라며 "민간에 있는 훌륭한 사람들이 높은 연봉을 거절하고 와서 일하려고 안 한다"고 설명했다.
로펌 고문·사외이사가 ‘공직 징검다리’로
그러나 로펌에서 고문 직함을 달거나 대기업 사외이사직을 맡는 경우 직원으로 분류되지 않아 취업 제한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명 ‘회전문 인사’들이 공직을 그만두고 고문이나 사외이사를 맡았다가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횡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2002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하다가 그해 12월 8개월간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재직한 것을 두고 회전문 논란이 불거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고위 관료로 있다가 로펌에서 어떤 일을 했다가 다시 또 국무총리로 복귀하는 것은 경기에서 심판으로 뛰다가 선수로 뛰다가 연장전에 다시 또 심판으로 돌아가는 경우"라고 직격한 바 있다. 게다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김앤장 고문으로 있으면서 약 18억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이 확인돼 논란이 증폭됐다.
대기업 사외이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후보자 19명 중 대기업 사외이사 출신은 7명(36.8%)이다. 한덕수 후보자도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에쓰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약 82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TCK,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총 7억8500만원의 보수를 받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로 위촉된 이후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으나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해 3월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나 최근 사임했다.
이같은 경력이 법적으론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퇴직공직자가 특정 기업에 영향력을 끼치는 전관예우의 문제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공직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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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진입 넓히고 '관피아'는 막아야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정치권이나 공직에 있는 공무원들이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한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법적, 제도적 개선과 함께 이와 함께 국회의 각 정당들도 그에 준하는 내규나 방침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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