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광주시청·시의회 돌아보니… 곳곳이 장애물 투성

20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입구에서 휠체어에 탄 본지 기자가 난간을 잡고 경사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20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입구에서 휠체어에 탄 본지 기자가 난간을 잡고 경사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준호 기자] "살려주세요"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은 20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정문에서 마주한 아찔한 경사로에 숨이 턱 막혔다. 한 쪽에 설치된 난간을 부여잡으면서 거북이 걸음으로 힙겹게 올라갔다. 중간 지점에 다다랐을 때 순간 손에 힘이 빠지면서 휠체어가 뒤로 밀렸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함께 온 동료 기자가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비 오듯이 쏟아진 땀을 닦으며 기어코 '정상'에 올랐지만,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유독 이날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자동문이 반응을 하지 않아 외면 당한 기분마저 들었다.

옆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자니, 휠체어를 탄 몸으로는 도저히 혼자 해내기 어려웠다. 마침 내부에서 한 시민이 문을 열고 나와 그 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쩌면 수십분간 발이 묶여있을 뻔한 위기에서 꺼내준 구세주였다.


거친 숨을 내몰아 쉬며 1층 로비로 향했고, 한 모니터에선 '시민 여러분과 더불어 함께 나아가는 광주시의회'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몇 차례 장애물을 넘은 뒤에서야 '민의의 전당'을 입성한 소감으로는 "함께하는 여러분에 장애인은 포함된 것인가" 하는 불평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광주시청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에서 대여해 주는 휠체어는 고정 장치가 망가져 발판이 바닥과 부딪치면서 '드르륵' 소리를 내다가 떨어져 나갔다. 결국 다리를 받칠 데가 없어 허공에 띄운 채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의자 하단부의 쇠 막대기 모양인 '가로대'도 녹슬어 있어 고장난 물건을 창고에 박아둔 것처럼 방치된 모습이었다. 관계자는 그제서야 상태를 보고 "기사를 불러 수리를 요청하겠다"고 수습했다.


도서 무인 반납함마저도 장애인 편의를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다. 총 28개 중 사용 가능한 반납함은 손을 위로 뻗어도 닿지 앟을 거리에 있었다. 두 다리로 편하게 걸을 때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휠체어를 타고 마주하자 온통 불편함뿐이었다.


2시간 가까이 체험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노란 조끼봉사단장 유종천(52)씨가 말을 건넸다. "도와드릴까요?" 호의 섞인 말이 그토록 반갑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AD

35분 동안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한 여성이 이웃 주민의 무관심 속 강도에게 칼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방관자 효과다. 우리 사회도 연례행사처럼 장애인의 날에만 '반짝 관심'을 주고 '다른 누군가가 도와줄 거야' 하는 방관자 모습으로 살고있지는 않은지 되짚어 볼 만하다.


호남취재본부 박준호 기자 juno1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