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과 '혼술' 사이, 농익은 와인 시장
취하기보다 즐기는 문화
작년 수입액 7000억원 육박
수입량도 3년새 2배 늘어
편의점 4사 모두 매출 신장
스마트오더 도입도 한 몫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지난해 와인 수입액이 70% 가까이 증가하는 등 국내 와인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늘어난 ‘홈술’과 ‘혼술’ 문화가 한 잔을 마셔도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결합하면서 와인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와인 수입액 역대 최대
20일 관세청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5억5981만달러(약 6900억원)로 직전 해보다 69.6% 늘었다. 최근 몇 년 새 와인 수입액은 꾸준히 증가해 2017년(2억1004만달러) 처음으로 2억달러를 넘은 데 이어 2018년 2억4000만달러, 2019년 2억6000만달러, 2020년 3억3000만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다 지난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단숨에 5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입량도 2018년 4만292톤에서 지난해 7만6575톤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입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1억8100만달러(약 2230억원)로 가장 많았고, 점유율 역시 32.4%로 전체 수입액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미국(9100만달러), 이탈리아(9000만달러), 칠레(7500만달러), 스페인(4100만달러), 호주(32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와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규 와인 수입·유통사들의 시장 참여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390개사였던 국내 와인 수입사는 지난해 474개사로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횟수 역시 3만4645건에서 4만9028건으로 41% 늘어 글로벌 물류 대란 속에서도 활발한 시장상황을 보여줬다.
와인 유통 채널 다변화
와인 열풍이 거세지면서 유통 채널도 다변화하고 있다. 백화점 등 전통적인 판매 채널부터 편의점과 대형마트, 와인 전문 판매점까지 저마다의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4개사의 와인 매출은 모두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이 204.4%로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고, GS25(158.3%), 이마트24(106.0%), CU(101.9%) 순이었다. 편의점의 최대 장점은 접근성이다. 특히 스마트오더로 온라인 주문과 집 근처 픽업이 가능해지면서 공간 제약 상 다양한 와인을 구비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극복했다.
대형마트도 핵심 와인 공급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의 와인 매출은 1년 전보다 25% 성장하며 업계 최초로 1500억원을 돌파했다. 와인 전문점을 통한 구매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와인 구매 채널의 성장률은 와인샵이 2019년 대비 181% 성장하며 백화점(63%) 등을 앞질렀다. 특히 같은 기간 30대와 20대의 와인샵 구매 건수 증가율이 각각 213%, 188%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용이 크게 증가했다.
한 잔을 마셔도 개성있게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세를 촉진한 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변화가 뚜렷해진 주류 소비문화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이전 술은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회식과 모임 등 인간관계를 위한 도구로 기능하다보니 소주와 맥주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선택의 폭이 좁은 주종 위주로 유흥시장 중심으로 소비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홈술·혼술 문화가 확산되며 취하기보다는 즐기기 위한 방향으로 음주의 목적이 변화하면서 한 잔을 마시더라도 취향을 드러낼 수 있고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는 목적이 분위기를 즐기고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변화하면서 술 자체에 몰입도가 높은 와인 등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맛과 향, 주조과정, 음식과의 페어링 등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고, 타인과의 차별화가 용이한 와인의 특징이 최근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맥이 닿아있다는 설명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부터 주가 2배 이상 뛴다" 데이터센터 지을때...
구매방식이 다양해진 점도 와인 시장의 성장세에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류는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 등을 막기 위해 온라인 구매와 배송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2020년 3월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주류를 온라인으로 사전에 예약·구매하고 원하는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스마트 오더 시스템이 가능해졌다. 매장에서 직접 와인을 고르고 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면서 수요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