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소법 이후 금융분쟁해결제도 3가지 개선방향
3만건. 해마다 금융감독원에서 처리하는 금융분쟁 현황이다. 금융소비자의 고통을 신속하게 해소하고 바람직한 구제를 이루는데 금융분쟁의 효율적 해결은 매우 중요하다. 급증하는 소송건수와 법원의 처리능력 한계를 고려할 때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의 기능 제고가 시급하다. 2020년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주요 제정 목적 중 하나도 금융분쟁의 효율적 해결이었다. 현행 금소법은 금융분쟁해결에 있어서 진일보한 제도들을 도입했지만 미완의 과제들도 많다. 개선방안들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통합금융분쟁해결기구 설립안은 현재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에 산재돼 있는 분쟁조정의 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이들 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왜 독립적인 통합 기구가 필요할까. 통합금융분쟁해결기구의 도입 필요성은 여럿 있지만, 무엇보다 영업행위규제와 분쟁조정기능의 이해상충적 측면이 크다.
분쟁조정에 요구되는 기본적 이념은 공평성으로서 어느 일방의 분쟁당사자에게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 객관적 판단일 것이다. 그런데 영업행위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 분쟁조정기능도 수행하면 규제 파트의 권위 관철을 위해서 분쟁조정기능을 제재의 수단으로서 활용할 수도 있고, 역으로 조정과정에서 습득한 정보를 규제파트로 넘겨 검사 및 제재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규제기관의 파워에 호소하는 소비자의 기대나 요구 수준도 과도하게 높아져 포퓰리즘적인 조정결정(100% 배상 등)이 나올 수도 있다. 어느 경우나 규제기능의 수행이나 기관의 권위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분쟁조정결정의 중립성·객관성 훼손으로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분쟁조정제도에 대한 기피로 이어질 것이다. ADR의 모범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주요국도 사적 분쟁해결은 금융규제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기구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중재 제도의 경우 장단점이 존재한다. 소송외적 분쟁해결방안으로 중재가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우나,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의 관계와 같이 정보와 힘의 불균형이 심한 경우에도 강제중재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사전합의에 따른 강제적 중재가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따라 2010년 도드-프랭크법은 일정한 경우(예컨대 주택담보대출 분쟁) 강제중재조항을 금지하거나 여타의 경우 공정한 중재를 위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내외 상거래·언론·의료·자동차 관련 분쟁해결 수단으로서 중재 제도가 도입돼 있다. 금융분야는 사안의 복잡성과 전문성은 물론 사건도 압도적으로 많아 중재 제도를 외면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경제적 약자인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공정한 중재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중재 제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분쟁조정결정에 편면적 구속력 부여는 우리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본다. 헌법상 재판청구권이 인정되는 미국·일본 등 주요국에서 편면적 구속력이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분쟁당사자가 법원에 소를 제기하기 전에 먼저 분쟁조정기관의 조정결정을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므로 재판청구권 침해 논란 없이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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