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입니다." 결과를 묻는 내게 돌아온 답변이다. 그날 새벽부터 목이 아팠다. 평소 1년에 두 번 정도는 고생스럽다 싶을 정도의 감기를 앓곤 했는데 지난 2년간은 한 번도 없었던 증상이다. 밭은 기침을 해가며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하고 받은 성적표는 코로나19 확진자라는 것이었다. 하긴 주변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미 코로나19 확진돼 격리 중이고, 신규 확진자 수가 기록을 세웠다는 보도를 매일 듣고 있는 참이니 어디서 전염됐는지도 모르게 걸리는 것이 이미 별 것 아니긴 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이 가장 ‘피크’고 점차 줄어서 이제는 팬데믹이 아닌 풍토병 즉 엔데믹으로 바뀌는 것이라 했다. 전염력이 무척 강하다는 오미크론 변종 덕에 소위 위드 코로나를 직접 겪는구나 하며 놀란 가슴을 달랬다. 아픈 증상이 발생하자 마자 떠오른 생각이 ‘나는 코로나 예방 접종 3차까지 맞았는데’ ‘나는 여행도 외식도 않고 조심했는데’라니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직장과 집만을 오가기 위해 웬만한 회의는 물론 국제학회를 모두 온라인으로 개최한 것도 사실이었다. 회식 절대 금지 조항도 거부감이 사라지고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평생 먹은 횟수가 무색할 만큼 자주 이용한 배달 음식도 2년 넘게 지나니 처음과 달리 어색하지 않았고, 배달 음식에 딸려 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용기를 씻으며 느끼는 죄책감도 시간이 갈수록 엷어졌다.
이게 바로 전문가들이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를 묘사한 내용이 아니던가. 비대면 시대를 앞당기게 되고, 대인 접촉 방법의 변환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 형성 문제가 발생한다 했지. 학교를 못 가는 학생들과 가사노동을 떠맡은 주부들의 부담이 늘고 그들의 우울증이 유발된다고, 힘들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호소하는 사회적 고립도가 심해진다고 했다. 팬데믹은 경제적 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 어려운 사람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그게 바로 재난 불평등이라 한단다.
발생 당시부터 돌아보면, K-방역은 메르스 때의 경험을 교훈 삼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발 빠른 대응 시작과 이미 디지털화된 사회 환경에 더해, 전 국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한 대처로 꼽히고 있다 한다. 사망률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재정 투입 대비 가성비 높은 의료 체계라고 한다. 덕분에 조만간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도 될 정도인 엔데믹으로 넘어간다 하는데, 과연 우리의 삶은 어느 정도까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팬데믹은 사람이 생태계를 파괴해 야생동물의 바이러스 변종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감염을 유발하게 돼 초래된다 한다. 환경 파괴로 발생한 팬데믹에 대응한다고 오히려 늘어난 마스크와 방역을 위한 보호구의 사용량이나, 비대면 시대의 배달 문화로 인해 쌓이는 엄청난 양의 포장재는 환경오염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아닐지 고민해볼 일이다. 이제 엔데믹으로 넘어가며 팬데믹 재난의 수습 단계뿐 아니라 추후 다시 닥쳐올 수 있는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는 효율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모을 시기다.
팬데믹이라는 재난 상황의 극복을 위해 과학적인 측면과 실행을 위한 정치적인 측면이 결코 완전 분리될 수 없는 현실에서, 편 가르지 말고 방역을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할 것은 자명하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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