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내일 봅시다." 드라마 ‘미생’을 대표하는 명대사다.


내일 서로 볼 수 있는 관계란 어떤 의미일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다섯 글자가 많은 시청자에게 울림으로 다가온 이유. 단절의 시대를 극복할 연결의 미학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던 미생은 상사맨의 애환을 담고 있다. 오상식 과장, 김동식 대리, 장그래 사원 등 ‘원 인터내셔널’ 영업 3팀이 핵심 스토리 라인이다. 미생은 치열한 경쟁의 이면에 천착한다. 편법의 유혹에 맞서 정공법을 고집하는 이(오상식)의 고군분투기를 전한다.


미생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세대의 교감이다. 43세 만년 과장 오상식과 26~27세 장그래 동기(안영이·장백기·한석율)들은 함께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관계다. 세대와 성별, 지위와 처지는 서로 다르지만 업무는 물론이고 삶의 고민 앞에서도 머리를 맞댄다.

드라마 '미생' 포스터

드라마 '미생' 포스터

AD
원본보기 아이콘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에 혐오의 시선을 드러내는 오늘날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곱씹어볼 만한 장면이다. 2014년 드라마인 미생을 지금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관련한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세대와 성별을 갈라치는 것으로 모자랐는지 장애인을 향한 혐오를 자극하고 있다. 배제의 일상화는 나와는 무관한 얘기일까. 혐오의 칼끝이 자신만은 피해 갈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어려운 시대에 중책을 맡았다. 이 사회에 드리운 혐오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가야 하고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국론을 하나로 모아도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미생의 교훈을 정치에 접목시켜 해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새 정부의 순항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의 협조에 달렸다. 문제는 권력의 힘이 쏠릴 때 ‘칼춤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사정 기관을 활용해 야당을 제어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정국은 가파른 대치전선으로 치닫게 된다. 금쪽 같은 임기 초반을 정쟁에 허비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로드맵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야당이 될 민주당은 집권 세력의 실패만을 바라는 한국 정치의 ‘못된 문법’을 답습하지 않아야 수권 정당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닌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집권 세력을 향한 혐오의 자극은 ‘야당의 세월’만 연장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류정민 문화스포츠부장

류정민 문화스포츠부장

원본보기 아이콘

상대를 동반자로 인정하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교훈은 미생이 전하는 메시지다. 장백기 사원은 업무의 벽에 부딪히자 마지못해 직속상관 강 대리에게 조언을 구한다.


슈퍼 스펙의 소유자인 S대 출신 장백기는 강 대리가 자신의 역량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퇴사를 고민하던 상황이었다.


마음이 떠난 그를 돌려 세운 건 평소 껄끄러운 관계였던 강 대리의 "내일 봅시다"라는 퇴근 인사였다.


아집의 덫에 빠져 있던 장백기는 그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 깨닫게 된다. 혐오의 대상으로 여겼던 강 대리가 실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동반자였다는 것을….


정치도 결국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여야의 협치는 특별한 게 아니다. 정치 현안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헤어질 때는 이렇게 한마디 건네 보면 어떨까.

AD

"내일 봅시다."


류정민 문화스포츠부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