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엑스레이 검사받다 쓰러져 수술받은 뒤 사망한 환자… 뇌출혈 여부 안 살핀 병원 과실 인정
유족들 손해배상청구 기각한 원심 파기환송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병원에서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던 도중 실신해 쓰러진 환자의 머리에서 부종을 발견하고도 뇌출혈 발생 가능성을 살피지 않은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망자 A씨의 부인과 자녀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2014년 전신 위약감과 기억력 감소, 요실금 등의 증상으로 공단이 운영하는 중앙보훈병원을 찾은 A씨는 신경과 의사로부터 뇌혈관 질환과 경동맥 협착, 만성 음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등 진단을 받고 정밀 검사를 받기 위해 응급의학과로 전과 조치됐다.
그런데 응급의학과에서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던 A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쓰러졌다.
병원 측은 A씨를 응급실로 보냈다가 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하려고 했으나 A씨가 협조하지 않아 검사를 할 수 없었다. 이후 A씨가 양쪽 팔다리에 경련 증상을 보이자 병원은 항경련제를 투약했다.
이튿날 아침 병원 의료진은 A씨의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한 뒤 외상성 뇌내출혈과 양쪽 전두엽·측두엽의 급성 뇌출혈, 뇌부종, 경막하출혈을 발견했으며 뇌내 혈종 제거 수술을 했다. 하지만 수술 후 16일 뒤 A씨는 외상성 뇌출혈과 뇌부종으로 인한 연수마비로 숨졌다.
A씨의 부인과 자녀들은 병원 측 과실로 A씨가 숨졌다며 각각 1억1000여만원과 7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A씨가 엑스레이 검사 중 쓰러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힘으로써 두개골 및 안면에 골절상을 입었고, A씨의 뇌경색 등 과거 병력에 비춰 뇌출혈이나 뇌부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병원 측이 즉각적인 응급조치나, 신경학적 검사, 뇌 CT 검사 등 최소한의 진단 검사도 실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술 후에도 A씨의 뇌부종이 가라앉지 않았음에도 병원 측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경과관찰에도 소흘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A씨가 쓰러졌을 당시 병원 측이 뇌출혈이나 뇌부종 발생 가능성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고, 수술 이후 뇌부종 상태가 지속됐음에도 뇌손상이나 사망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나, 경과관찰의 필요성, 약물치료 및 응금감압술의 필요성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병원 측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먼저 A씨가 병원을 찾을 당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긴 했지만 의식은 명료했고, 보호자의 도움 없이도 단독 보행이 가능했으며, 운동감각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엑스레이 검사시 낙상방지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봤다.
또 A씨가 넘어진 뒤 의료진이 A씨 상태를 확인했을 때는 머리 손상이 의심돼 응급 CT 검사를 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었으며, 경련 증상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CT 검사 이후 즉시 수술을 해서 뇌출혈과 뇌부종 증상이 호전됐다는 점에서도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병원에서 발생한 낙상 사고로 뇌출혈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경과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병원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A씨가 엑스레이 촬영중 넘어진 사고로 머리를 바닥이나 기계 등의 물체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흉부 엑스레이가 촬영 전에 작성된 진료기록에는 A씨의 두피에 외상이나 부종이 있었다는 기재가 없다는 점과 ▲당시 A씨의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했던 방사선사가 "기계를 작동하는 순간 엑스레이 촬영기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A씨가 뒤로 넘어갔다. 바로 뛰어갔지만 붙잡을 수 없었다"고 한 진술 ▲사고 촬영한 A씨의 뇌 CT 영상검사 결과지에 따르면 A씨의 왼쪽 머리 부분의 두피에 부종이 있었음이 확인되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춰 A씨의 머리에 물리적 충격이 있었다는 사정을 의미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A씨 머리의 부종은 이 사건 사고로 A씨의 머리가 바닥이나 기계 등의 물체에 부딪치면서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는 뇌출혈의 발생이 예상되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4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양쪽 팔다리에 경련 증상이 나타났다"며 "통상적인 의료수준에 비춰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뇌출혈이 위와 같은 경련 증상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 직후 A씨가 엑스레이 검사실에서 응급실로 돌아왔을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한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조치를 했을 뿐 머리 부위의 상처 발생 등을 살펴뵜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 사건 사고 사실은 A씨의 담당 의사에게 잘 전달되지도 않아서 A씨의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도 담당 의사는 이 사건 사고에 따른 머리 부분의 외상으로 뇌출혈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알코올 중단에 따른 금단성 경련으로만 파악, A씨에게 항경련제만 투약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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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약 19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A씨에 대한 뇌 CT 검사를 시행해 뇌출혈과 뇌부종을 발견했고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것"이라며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A씨에게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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