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한국형사소송법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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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논의가 첨예하다. 형사사법체계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것이다. ‘검수완박’이 실제 진행된다면 역설적으로 피해자의 고소·고발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피고완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보완수사를 폐지하고 중요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없애는 것이다.

전자는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인 수사준칙 제59조가 규정하고 있다. 검사는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이 미진한 경우 직접 보완수사할 사안이 아니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후자는 검찰청법 제4조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6대 중요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정하고 있다. 두 법령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형사실무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범죄로 인해서 피해를 본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수사기관에 고소를 하는 것이다. 증거가 명확하고 법리가 평이한 사건은 경찰 수사 결과가 신속하게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런 사건은 수사권 조정 이전에도 빨리 나왔다.


복잡한 사건은 경찰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피해자의 마음은 타들어가는데, 경찰은 계속 검토 중이다. 고소인 진술을 반년 넘도록 안하고, 피의자 조사 후 일년이 지나도 결과는 함흥차사다. 심지어 경찰서끼리 수차례 이송하는 사건도 부지기수다.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실체적 진실 발견도 요원해졌다. 국민의 손해는 입법자가 배상할 것인가.


보완수사를 폐지하면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무혐의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조금만 더 수사를 하면 기소가 이뤄질 수 있는 사건도 ‘검수완박’ 때문에 불기소처분을 하게 될 것이다. 경찰은 재수사를 고민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수사 지연 및 재수사에 의한 부담은 전적으로 피해자와 피의자의 몫이 된다.


아니면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내용만을 토대로 기소하게 된다. ‘검수완박’으로 피의자나 변호인은 검찰 단계에서의 적극적인 변호를 통해 불기소 처분을 받아낼 기회를 상실한다. 결국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되는 적법절차에 의한 수사를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 위헌적이다.


불송치 결정 사건은 더욱 심각하다. 억울한 피해자는 법상 권리인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로 사건을 송치시킬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을 받은 검찰은 직접 수사할 수도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없다. 이미 불송치한 경찰이 다시 보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결국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끝나고 국민의 권익을 하소연할 곳은 온데간데 없어지는 것 아닌가. ‘피고완박’이 절대 과언(過言)이 아니다.


중요 범죄는 애초에 경찰이 법리를 검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낀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의무를 부담하고, 검찰청법도 정치적 중립 준수를 검사의 의무로 정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전원 행정안전부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고, 개개인이 정치적 외압에도 훨씬 더 쉽게 노출되어 있다. 수사에 필요한 법률 전문성 또한 검사보다 부족하다.


무리한 입법을 통한 ‘검수완박’은 분명히 ‘피고완박’이라는 유탄으로 돌아와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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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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