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피하며 미처 챙기지 못한 동물들 화재현장에 남겨져
현 지침상 대피소에 동물 동반 입소 불가
동물권단체 "재난 상황서 동물 구조·보호 체계 마련돼야"

동해안 대형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동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경북 울진 화재현장에서 구조한 강아지. 사진=카라 페이스북

동해안 대형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동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경북 울진 화재현장에서 구조한 강아지. 사진=카라 페이스북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강원도 동해·강릉 산불의 주불이 발생 4일 만인 8일 오후 7시에 잡혔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주택, 사찰, 등을 전소시켰고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다. 해당 지역 동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갑자기 닥친 산불에 급히 대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미처 데려가지 못한 반려동물들이 화재현장에 남겨져 방치되고 있어서다. 특히 대피소에 동물과 동반입소가 불가능해 재난 상황에서 동물을 구조,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북 울진과 강원 강릉, 삼척 등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지난 2000년 동해안 지역에 발생한 산불(피해면적 2만3794㏊)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강원 산불의 전체 피해 추정 면적(산불영향구역 면적)은 2만1772㏊로, 서울 면적(6만500㏊)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넓이다. 특히 경북 울진 산불은 금강송 군락지 경계까지 일부 불씨가 번지기도 했다.

불길의 규모만큼 동물들의 피해도 크다. 지난 6일 동물권단체 '케어'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북 울진 산불로 주민이 급하게 대피하면서 버려진 개들이 '뜬장'에서 불타 죽는 일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뜬장에 갇혀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개들이 불에 타 죽거나 연기를 흡입해 질식사한 것이다.


케어는 "고성리의 한 개농장에는 170여 마리의 개가 '뜬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산불로 8마리가 불에 타거나 질식해 죽고 10마리는 심한 화상을 입어 치료가 급한 상황"이라며 "개들은 어제부터 물이 나오지 않아 밥을 굶고 있고 심한 화상 입은 개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급히 대피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반려동물들이 화재현장에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들이 화재현장에서 발견한 강아지. 옆에는 지붕이 불에 녹아내린 채 나뒹구는 개집이 보인다. 사진=케어 인스타그램

급히 대피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반려동물들이 화재현장에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들이 화재현장에서 발견한 강아지. 옆에는 지붕이 불에 녹아내린 채 나뒹구는 개집이 보인다. 사진=케어 인스타그램

원본보기 아이콘


가족의 보살핌을 받던 반려동물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갑자기 닥친 화마에 주인이 급하게 몸을 피한 뒤 화재현장에 남겨진 동물들이 많아서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울진의 한 대피소에 들러 동물구호 접수를 받은 결과 집에 두고 오거나 잃어버린 반려동물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한 경우에도 현 지침상 대피소에 반려동물이 들어올 수 없어 외부에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재난이 발생할 경우 동물을 구조,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물권단체는 동물들도 재난 상황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현장이 너무 처참하다.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고, 동물들도 화재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피소에 동물 동반 입소가 불가능해 집에 두고 오는 분들이 많은데, 동물이 걱정돼 왔다갔다 하신다. 반려동물을 챙기기 위해 화재현장을 다시 찾으면 공기도 안 좋을 뿐더러 (화재 당시를 기억하며) 다시 공포를 떠올려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현 구호 체계에서도 충분히 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피소 내에 동물 동반 구역을 따로 마련하면 된다. 동물이 들어오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과 동물과 함께 있는 사람들을 모두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내부에 이런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대피소 근처 외부 공간에라도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면 된다"고 부연했다.

AD

한편 경북도는 이날부터 3일간 울진 지역 산불로 인한 피해 동물에 대한 무상 치료를 시행하기로 7일 밝혔다. 도는 경북수의사회와 협력해 동물진료지원반을 긴급 구성해, 반려동물 소유자와 축산 농가에게 동물용 의약품, 방역 물품을 공급하고 진료를 실시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