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상 오류로 사망자 분류
격분한 시민에 경찰 출동까지
투표 용지 찢어져 무효표 처리
수차례 확인작업 소동도
선관위 부실관리·늑장해명 논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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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 5일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경기 수원시 영통3동 사전투표소였다. 한 시민이 전산 시스템 오류 문제로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근 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신고 내용 그대로였다. 어느 시민이 격분해 투표 사무원에게 뭔가를 한창 항의하고 있었다.


출동 경찰관이 시민 얘기를 들어봤다고 한다. "사전투표를 하려고 왔는데 내가 사망자로 돼 있잖아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니 행정복지센터(옛 동사무소)랑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별다른 해명 없이 1시간이나 방치했어요." 경찰은 이런 내용의 현장상담을 접수한 뒤 시민을 어르고 달래 귀가시켰다고 한다. 해당 시민은 관할 구청의 사망신고 수정과 선거인명부 오기상황 수정이 이뤄진 이날 오후가 돼서야 다시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살아있는 유권자가 헌법에 보장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할 뻔한 이 사례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가 얼마나 부실한 관리 속에 이뤄졌는 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사전투표가 끝나고 이틀이 지난 7일 오전 본지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하나 같이 "살다 살다 이런 투표는 처음 본다"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냈다.


선관위의 관리 부실 사례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 투표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코로나 확진·격리자들은 5일 오후 5시부터 당국의 외출 허가를 받아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선관위는 확진자와 동선 분리를 위해 이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는 대신 선거사무원이 용지를 수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일부 기표소에선 유권자에게 제공된 투표용지 수거용 봉투에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 있어 논란이 일었다. 대구 만촌1동 투표소에선 한 시민이 이미 기표가 된 된 투표용지를 받아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해당 시민은 경찰에 "이걸 어떻게 믿느냐. 부정선거이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부산 연산4동·서울 은평구 신사1동에서 같은 내용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선관위 측은 "투표봉투 재활용 과정에서 생긴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내놨다. 시민들의 불신을 설득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해명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용지 분실을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 수원 광교신도시 광교2동 사전투표소에서 우려한 일이 발생하면서 시민 불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투표용지가 교부 수보다 1장 부족한 사실이 관외투표함 개함 이후 확인된 것이다. 밤 늦게까지 투표용지 교부 수와 회송용 봉투 수를 수차례 다시 확인했지만 용지는 1장이 부족했다. 투표용지 분실로 잠정 결론나면서 투표함 호송 업무를 맡은 경찰은 보고 수순에 들어갔다. 지구대→경찰서→시도경찰청으로 순차적으로 보고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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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관할 선관위는 이튿날 오전까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지 취재에도 '금시초문'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한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며 "전산상으로도 투표용지 교부 수와 회송용 봉투 수는 일치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선관위 조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사실'로 판명났다. 한 유권자의 부주의로 투표용지가 찢겨져 무효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명이 따랐다. 선관위 관계자는 "관외 유권자는 사전투표소 현장에서 용지를 발급받고, 그 숫자가 전산상 수치로 기록된다"며 "전산상 용지 수와 봉투 수가 동일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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