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울 도심 집회서 확진자 3명 나와
정부 "여러 차례 자제 요청했는데 깊은 유감"
노조 "공식 역학조사 나오기도 전에 마녀사냥" 반박
방역 vs 기본권…'집회의 자유' 논란 재점화
전문가 "국민은 기본권 제한 수용, 정부가 믿음 줘야"
"공정한 법 집행으로 신뢰 복원해야 불만 가라앉을 것"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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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 3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규모 집회 참가자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집회의 자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염병이 확산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는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전문가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기본권이 일부 제한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만큼 정부는 법 집행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일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민주노총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데 이어 다음날(17일) 확진자의 동료 2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지난 3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 참석자로 확인됐다.

당시 민주노총은 서울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강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서울시와 경찰이 집회 예정지였던 여의도 일대를 봉쇄하자, 이들은 종로로 장소를 바꿔 집회를 이어갔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는 약 8000명으로 추산되며, 장소가 비좁은 탓에 2m 거리두기 등 일부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집회 발 대규모 집단감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즉각 집회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관련 김부겸 국무총리는 18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노총 잡회 참석자 중 세 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엄중한 코로나19 상황 속에, 여러 차례 자제를 요청했던 집회의 참석자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면서도 "공식적인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집회가 주요 감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정부가 발표한 것은 부적절할 뿐더러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라고 질타했다.


개천절인 지난해 10월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개천절인 지난해 10월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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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자유'를 두고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 간 충돌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들이 모인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가 지난 15일 약 500대 규모의 차량 시위를 진행하려 하자, 경찰은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집결을 막았다. 결국 대책위는 먼저 도착하는 차량을 중심으로 줄을 만들어 이동하는 방식으로 개별적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3일에는 일부 보수단체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 개최를 시도하자, 경찰은 광장 일대를 버스 300여대로 둘러싸는 '차벽'을 만들어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전면 제한하고 있다. 현행 감염병방지법을 보면, 질병청장이나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흥행·집회·제례 등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8월에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난 사태 선포 지역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신설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감염병 확산이 심각하다고 해도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쉽게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말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부적절" 의견을 의결하면서 "집회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회·시위로 인한 각각의 위험 상황을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집회 시간·인원·방법·장소 등도 개별적으로 판단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집회의 자유 보호 취지에 부합"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인 전국노동자대회 열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인 전국노동자대회 열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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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감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집회의 자유를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20대 직장인 A 씨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당연히 집회는 제한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며 "자영업 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데 여기서 더 위기를 키우고 싶나"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회사원 B(28) 씨는 "결사의 자유도 중요하긴 하지만 일단 생명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위기 상황에는 1인 시위나 소규모 시위로 만족하고, 대규모 집회는 다 끝난 다음에 개최하는 게 맞는 판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기본권이 지나치게 억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30대 직장인 C 씨는 "아무리 비상사태라고 해도 국가 권력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라며 "지금은 정부가 너무 쉽게 시민들의 목소리를 해산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기본권의 일부 제한을 강요한 만큼, 법 집행에서 공정을 기해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집회의 자유와 관련해 반발이 나오는 것은 일부 시민들이 정부가 불공평한 법 집행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앞서 지난해 보수단체가 집회를 열었을 때 장소 차단이나 전수검사가 신속하게 이뤄진 데 반해 이번 민주노총 시위에는 다소 미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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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국민들 또한 정부가 감염병방지법에 따라 기본권의 일부를 제한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수용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정부와 공권력은 이에 따른 법 집행을 최대한 신중하고 공정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복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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