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 규제로 허용된 업무 아니면 원칙적 불가
사고 방지·소비자 보호와 거리 먼 '황당' 규제도
업계 "불필요한 규제 풀거나 네거티브 방식" 호소

"金 팔아도 銀은 안돼"…700만명 거래하는 저축은행 업계의 철지난 규제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골드바는 팔아도 되지만 실버바는 안됩니다.”


거래자 수가 700만명을 넘어선 저축은행 업계가 수년 간 개선되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로 한숨짓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는 거리가 먼 황당한 잣대로 홍보·마케팅 등 영업 경쟁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규정상 저축은행은 골드바를 판매할 수 있지만 실버바는 불가능하다. 골드바는 금융당국이 부대 수익 확보와 사업 다양화를 명목으로 저축은행에 3.75g부터 1kg까지 총 8종의 상품의 판매를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유사한 광물이지만 실버바는 허가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아 판매할 수 없다. 1g 단위로 금에 투자할 수 있는 금 통장 계좌개설 영업도 안 된다.


경기 입장권과 공연 관람권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 업무 종류에 담긴 상품권과 복권은 고객에 팔 수 있지만 일종의 ‘티켓’은 팔 수 없다. 후원이나 투자를 한 스포츠 경기, 직접 운영하는 소속 스포츠팀의 경기 티켓도 모두 마찬가지다. 과거 NC다이노스와 연계 영업을 했던 웰컴저축은행도 경기티켓을 판매하지 못했고, 현재 배구단을 운영하는 OK저축은행도 소속팀 티켓도 프로모션이 아닌 판매는 불가능하다.

이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 전반이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포지티브규제란 법률과 정책에서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 시스템이다. 저축은행은 현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저축은행 표준 업무방법서’에 명시된 영업만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금융당국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업무 외에는 할 수 없다. 만약 업무의 종류와 그 방법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금융위원회에 사전 신고하게 돼 있다.


같은 포지티브 규제도 저축銀 유난히 엄격

저축은행 업계는 시중은행도 똑같은 포지티브 규제를 받지만 실제로는 적용 수준과 허용업무 범위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산이나 신용관리, 건전성 등 핵심 규제영역과 관련이 없는 곳까지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적용을 받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티켓판매의 경우 시중은행은 허용되기 이전에도 관행적으로 실시해왔고, 금융당국도 현재는 공식적인 부수 업무로 인정한 상태다. 실버바나 골드통장 역시 시중은행에서는 가능하다.


당국은 조금씩 규제를 바꿔나가고 있지만 업계는 빠르게 바뀌는 시장속도에 못 미친다고 본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이 활발해진 뒤에 TV 광고 시간 규제가 완화되거나, 코로나19와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현장 점포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지점설치 요건을 풀어줘 규제 완화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필요하게 경직된 규제를 완화하거나 산업 전반에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이 규제산업이고 저축은행의 환경에 맞는 엄격한 규제는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규제로 경쟁력 강화에 방해가 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저축은행이 하면 안 되는 영업들을 나열해도 좋으니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AD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금융산업 규제는 세계적으로 강한 편"이라면서 "특정 주체에 과도하게 대출하는 식의 해이한 영업이나 금융사고를 방지할 규제는 강력하게 두고, 부수 영업 정도는 업체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