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가 지분 100% 소유
현안대응·조정능력 저하
견제장치 없으면 성장에 한계

중앙회 입김에 휘둘려…제구실 못한 농협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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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금융 부문의 목적은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농업금융지주의 사업성과는 저조했고 당초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기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농협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당시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해 출범시킨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평가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분을 100% 소유한 농협중앙회의 입김에 좌우되면서 계열사 지휘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대한 뚜렷한 견제 장치가 없는 한 금융그룹으로서의 성장에도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농협 경제사업활성화 평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 지원 이행약정서'상 연차별 자본확충계획에는 당기순이익을 2012년 1조382억원에서 2019년 2조7817억원까지 증액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실제 실적은 2012년 2569억원에서 증감을 거듭하다가 2019년 8878억원으로 목표와 큰 격차가 발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금융계열사의 수익악화로 농협중앙회에 대한 배당 감소가 순이익 감소 및 현금수지 악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부문의 전문성 및 경쟁력을 강화해 농협금융을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고 협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부분이 협동조합 수익센터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는 목표가 '삐끗'한 셈이다.


"농협금융의 향후 핵심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기업여신에 관한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통해 당초 목표한대로 금융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노골적 정부 주문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피아 낙하지 농협금융지주
대주주 농협중앙회에 휘둘리며 '눈치보기'

농협금융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대표적인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지'라는 것은 금융지주로서의 성장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농협금융은 초대 신충식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관료출신 인사가 회장 자리에 앉았다. '2+1' 재연임 성공으로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대표적인 관피아다. 관피아 출신 회장은 모든 인사ㆍ예산ㆍ감사권을 휘두르고 있는 대주주 농협중앙회의 강력한 통제를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업계 정설로 통한다. 명목상으로는 금융지주 회장이 계열사 인사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선제적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두팔 걷고 뛰어든 한국판 뉴딜정책에 농협금융이 '뒷북' 결정을 한 것도 농협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와는 달리 중앙회의 눈치를 보느라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지난 7월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 간 조찬 간담회에서 한국판 뉴딜정책이 논의된 이후 농협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는 즉각적으로 이에 부합하는 금융그룹 차원의 각종 전략과 대응책을 내놨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이 8월 말 8조원을 그린뉴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9월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열려 다른 금융지주사의 추가 지원책이 나올때 쯤에야 금융지주 차원의 14조원 규모로 한국판 뉴딜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금융지주가 중앙회 눈치를 보느라 결정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지주, 금융 계열사 간 균형 맞추고 시너지 내야 하지만…
은행-비은행 불균형은 풀지 못한 숙제

금융 계열사 간 균형을 맞추고 시너지를 내야 하는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년사 발표때 김 회장은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올해도 여전히 금융지주 가운데 은행-비은행 불균형이 심한 곳 중 한 곳으로 낙인찍혔다.


올해 상반기 실적 기준 농협금융의 순이익은 9102억원으로 이 중 농협은행이 7268억원을 거둬들여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기간 KB금융지주는 순이익 1조7113억원 가운데 은행이 1조2467억원으로 70% 수준이고 신한금융 역시 금융지주 순익 1조8055억원 가운데 은행이 1조1407억원으로 63% 정도를 차지한다.


관피아 수장의 지휘 아래 농협금융의 경영 목표는 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사업구조개편 직후인 2012년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514억원에서 증감을 거듭하다가 2019년 1조7796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농협금융의 올해 3조7000억원 목표 대비 2019년 실적 달성도는 48.1%에 불과하다. 당초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농협금융의 비전 및 목표는 2020년 총자산 420조원, 당기순이익 3조7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1.5%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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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앙회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고 정체성이 취약한 상황이 계속되면 농협금융이 금융지주사로서의 한계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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